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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신뢰외교와 품격 있는 세일즈외교 / 윤병세

등록 2013-09-16 18:49수정 2013-09-16 20:33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상반기 미국과 중국 방문에 이어 하반기 정상외교 첫 일정이었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베트남 국빈 방문이 마무리되었다. 곧 10월 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관련 정상회의와 인도네시아 국빈 방문, 11월 초 유럽 순방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 정상외교는 그야말로 외교의 진수다. 실무 차원에서 해결되지 못한 주요 현안이 최종 타결되고, 정상들의 신뢰 관계가 양국 관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G20과 같은 다자외교 무대는 수많은 정상을 동시에 만나면서 때로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행사로 인해 정상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입장이 다른 나라를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단어 하나까지 숙고를 거듭하게 된다. 판단력도 필수적이다. 어느 농구 선수의 말처럼 “자기의 위치에 대한 감각”과 “모든 것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금번 G20 정상회의 및 베트남 국빈 방문이 국내외에서 모두 매우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받는 이유는 바로 이런 다양한 문제를 조화롭게 풀어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석한 정상이나 방문 상대국 정상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본질을 꿰뚫어 보는 국제적 식견, 신뢰에 기반을 둔 진정성 있는 접근과 함께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체화된 경륜과 경험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조경제 구현’ 제하의 선도 발언 등을 통해 고용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함으로써 G20 공동과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였다. 또 선진국과 신흥국의 동반 번영을 위한 가교의 리더십을 발휘하여 다자외교 무대에서 확고한 위상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

또 양자 정상 행사 및 국빈 방문을 관통한 대원칙은 ‘상호 신뢰와 호혜성에 기반을 둔 품격 있는 세일즈외교’이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거래를 위해서는 상대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처럼, 단기적 성과보다는 멀리 보고 신뢰를 쌓아 더 큰 협력을 이끌어내는 전략적인 접근법이기도 하다.

베트남으로부터 2014년 높은 수준의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원전 및 에너지 협력, 인프라 진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및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지지 등 우리가 바라는 것을 얻는 대신 베트남의 관심 사항도 적극적으로 논의하였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지도부와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외교’를 통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와 호혜적 실질 협력 기반을 한층 강화하였다. 특히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의 우리 정상에 대한 호찌민 거소 안내는 여타 정상 방문 시에는 없었던 이례적인 배려였으며, 상 주석이 한국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를 기원한 데 대해 우리 정상이 ‘홍강의 기적’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함으로써 양국이 ‘신뢰의 동반자’로 거듭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뢰 쌓기 외교는 이탈리아·독일·카자흐스탄 등 주요국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빛을 발했다. 독일 정상과는 개인적인 친밀감을 바탕으로 모든 주요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면서 신뢰를 돈독히 했고, 이탈리아와 카자흐스탄과는 호혜적인 협력 분야를 발굴하여 정상 간 합의를 이끌어냈다.

아울러 ‘손톱 밑 가시를 뽑는다’는 마음으로 우리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였다. 우리 정상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정상 차원에서는 좀처럼 거론되지 않는 기업인의 입국 비자나 합의 이행 문제 등 사소해 보이는 문제들까지 조목조목 제시하고 해법을 모색한 것이나, 6년 동안 지연되어온 베트남 하나은행 인가 민원을 베트남 총리에게 직접 제기하여 해결해준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춘 경제외교의 좋은 사례다.

곧 다가올 에이펙 및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협력 강화를 논의하고, 인도네시아 및 유럽 순방을 통해서는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고 상생의 품격 세일즈외교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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