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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학부모가 바라보는 무상보육 논쟁 / 장미순

등록 2013-09-21 18:33수정 2013-09-21 19:45

장미순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 운영위원장
장미순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 운영위원장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계경제로 양육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을 때 학부모들에게 무상보육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가정과 여성에게 전가되는 아이 키우기 짐은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하면서 출산율 저하로 이어졌고 여성의 사회진출에도 걸림돌이 되어오던 터였다. 이 때문에 양육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확산되었다.

지난해 정부가 나서서 무상보육을 시행한다고 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거를 앞둔 선심성 공약이라고 미더워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보편적 복지 확대 차원에서 사뭇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무상보육이 선거를 앞두고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것을 이후 상황이 여실히 보여줬다. 수요자들이 바라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보육교사 처우 개선 등 보육의 공공성을 갖추지 않고 부모에게 보육료를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민간시장만 확대시켰다. 이 때문에 엄청난 재원이 들어가는데도 어린이집 비리가 크게 늘어 국고가 누수되고 보육의 질이 나빠졌다. 어린이집에서 부모에게 별도로 청구하는 특별활동비는 부모의 보육료 완화라는 정부의 의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정부가 생색내고 있는 양육수당은 영아양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축소시키고 가정양육을 유도하면서 다시 여성의 사회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무엇보다 무상보육처럼 국가가 주도하는 사업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 안을 갖추고서 장기적 계획과 전망을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다가 뒤늦게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그들과 마찰을 빚음으로써 부모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무상보육이 중단되거나 후퇴한다면 그 피해는 아이들이 받게 된다. 아이들이 무슨 죄인가? 이렇게 속이 타는 부모들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상보육을 정치싸움으로 확대시키고 여론을 호도해 무상보육을 후퇴시키려는 정부와 여당을 보면서 ‘정권을 잡았으니 국민과의 약속은 헌신짝 버리듯 하는가’ 하는 비애가 느껴진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정부와 서울시가 무상보육 재정을 두고 벌였던 싸움은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지만 국고보조금을 상향조정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반복될 수 있다. 무상보육이 안정적으로 지속되려면 정부가 충분한 재정지원을 해주는 것이 맞다. 지금도 정부는 지난해 국고보조금을 20%로 상향조정하기로 한 것을 10%로 낮추려고 지방자치단체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세계경제의 위기 속에 한국의 경제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세수가 줄어들어 나라 살림살이가 어려운 것은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 한국 경제를 낙관한 정부의 무능함과 돈이 부족하다 하면서도 여전히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감세를 철회하지 않고 국민에게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반발을 살 일이다.

무상보육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했다. 또한 무상보육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이 당선 직후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무상보육에 대한 논쟁으로 사회분열을 조장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편안하게 삶을 영위하고 마음 놓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무상보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보육교사 처우 개선, 다양한 형태의 보육인프라 확충으로 부모 선택권을 강화하는 보육시스템을 구축해서 보육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

무상보육이 보편적 복지로 제대로 안착했을 때 출산율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장미순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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