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본다고 해서 ‘봄’이고 열매가 열린다고 해서 ‘여름’이다. 갈아입는다고 해서 ‘가을’이며 겨우 산다고 해서 ‘겨울’이다. 우리나라 4계절의 이런 특징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게 바로 나무다.
하지만 가을에 갈아입지 않는 나무라고 해서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특히 소나무가 그렇다. 소나무는 조선시대에 정부의 보호를 받았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무엇보다 소나무가 국가 안위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한반도 전역에 있었지만 군사용 배에 필요한 목재를 생산할 수 있는 지역은 제한적이었다. 강력한 소나무 보호 정책은 기본적으로 병선용 소나무를 대상으로 했다. 왜구의 한반도 침략도 조선의 소나무가 주요한 목적이었다. 왜구가 자주 침략한 곳이 소나무가 잘 자라는 지역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조선을 구한 신목, 소나무>)
소나무는 해마다 일정하게 자라는 고정생장형 나무여서 물질적 가치를 지니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병선에 사용되는 나무는 적어도 100년은 자라야 한다. 예를 들어 임진왜란 때 큰 위력을 발휘한 거북선의 경우 맨 아랫부분인 저판의 길이는 16.5m다. 따라서 이곳에 사용할 소나무는 17m 이상이 돼야 한다. 소나무는 건축재 외에 옹기와 도자기 제작에도 중요했다. 어떤 나무로 굽느냐에 따라 제품의 질이 달라지는데, 소나무로 구울 때 가장 좋은 옹기와 도자기가 나왔다. 자기소와 도기소(옹기소)도 대개 소나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에 차려졌다.
송이버섯 축제가 전국 여러 곳에서 시작돼 10월 초순까지 이어진다. 향긋한 맛과 향을 내는 송이는 소나무와 공생한다. 송이는 소나무의 잔뿌리로부터 당류 등 양분을 흡수하고, 토양으로부터 각종 무기물이나 수분 등을 빨아들여 소나무한테 공급한다. 송이는 능선부나 경사가 가파른 곳에 있는 20~80년 된 소나무 숲에서 자란다. 우리나라 송이의 품질은 세계 최고로 꼽힌다. 우리 소나무가 세계 최고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