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 루마니아 소설가 게오르기우가 1949년에 펴낸 소설이다. 앤서니 퀸의 영화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기도 하다. 소설은 주인공의 아내를 탐한 경찰서장의 계략으로 유대인 수용소로 보내지며 시작되는 농부의 기구한 삶을 펼쳐낸다. 루마니아인이면서 유대인 수용소에, 헝가리인으로 루마니아 수용소에, 독일인으로 헝가리 수용소와 미국인 수용소에서 간난신고하는 주인공. 한때 아리안족의 영웅으로 대접받기도 하는 등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순박한 농부 요한이 주인공이다. ‘이십오시’는 작품 제목을 넘어 ‘이미 지나서 뒤늦은 때의 절망과 불안을 이르는 말’로 자리 잡은 표현이기도 하다.(표준국어대사전)
‘24시’. 시와 시간을 나타내는 것으로 우리나라 간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숫자다. 한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24시’가 유난히 많이 띄었다. 한가위 이튿날 함께 산책하던 이가 유심히 내뱉은 말 “이 집은 ‘24시’에만 예약 가능한 집인 모양…”이 내 귀를 솔깃하게 했기 때문이다. 빨간 바탕에 흰 글씨로 ‘24時’가 찍힌 간판 아래에 ‘24시 예약’이 눈에 들어왔다. 길 건너 모퉁이에 있는 중국집 간판 문구는 ‘24시간 영업합니다’였다. 동네 간판을 훑어보니 영어로는 ‘24 hours’라 바로 쓰면서 한글로는 ‘24시’라 한 곳이 꽤 많았다.
시(時)는 ‘차례가 정하여진 시각을 이르는 말’이다. ‘24시’는 하루를 1시, 2시, 3시…로 따질 때 마지막 시간인 것이다. ‘24시’는 하루를 시작하는 영시로 자정, 밤 열두시와 같다.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는 시간이다. 시간은 ‘시간의 어느 한 시점’인 시각과 같은 뜻이기도 하다. 통관 실무서의 한 대목은 ‘24시’와 ‘24시간’의 뜻을 확연하게 알려준다. ‘해상화물은 적재하기 24시간 전에, 항공화물은 적재 항공기 출항 익일 24시에 목록을 제출하여야 한다’. ‘24시’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해 낭패 보는 일은 무역에만 있는 게 아닐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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