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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과학은 사람이다’ / 오철우

등록 2013-09-24 19:06

‘과학은 심오한 우주 영상이나 신비한 뇌 영상 그런 게 아니다. 과학은 이론을 만들고 관찰·검증하고 다듬는 사람들의 집단 노력이다. 그래서 과학은 사람이며 과정이다.’ 그런 연구 현장의 토대를 이루는 20·30대 대학원생과 박사후 연구원의 불안과 불만을 담아, 미국 생물학 분야 대학원생이 온라인 매체에 쓴 글이 널리 퍼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http://goo.gl/w9xqMr).

그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정부 연구과제를 받을 정도로 안정된 과학자 경력에 이르는 데 미국에서 1980년엔 평균 15년 걸렸지만 2008년엔 20년 걸렸다고 한다. 학부를 졸업하고 본격 연구경력을 23살 때부터 시작한다고 셈하면, 40대 중반에야 안정적 자리에 들어서는 기회를 얻는다는 얘기다. 그사이 젊은 연구자는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릴 테지만, 20년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아두는 어려운 시간이다. 연구자의 직업 불안정이야 예전부터 있었지만 근래 들어 더 길어지고 커졌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미국 정부의 연구 지원 예산은 몇 년 새 줄어든 반면에 국방 예산은 2배가량 늘어난 사정도 젊은 연구자의 불만을 불러일으킨다.

국내에서도 거울상이 나타난다. 최근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가 생물학 분야 대학원생과 연구개발 종사자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20·30대 연구자의 불안과 불만은 상당히 크게 들린다(http://goo.gl/NxddLd). 대형 병원과 대학 연구실에서는 4대 보험조차 적용받지 못하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직장인처럼 출퇴근하는 대학원 연구생은 치솟은 등록금과 낮은 월 인건비에 허덕이는 현실을 얘기한다. 과학은 멋지고 신기하며 심오하다. 이런 이미지가 넘쳐 현실을 압도할 때, 정작 그곳에 살고 있는 연구자들의 현실은 사회적 관심사가 되지 못하곤 한다. ‘과학은 사람이다’라는 미국 젊은 연구자의 말은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울림을 일으킨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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