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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좀비들 / 김지석

등록 2013-10-27 19:15수정 2013-10-27 19:15

좀비는 이 시대 최고의 ‘호러(공포) 아이콘’이다. 이전의 뱀파이어(흡혈귀)가 대체로 서구 문화를 벗어나지 못했던 반면 좀비는 지구촌 전역에서 출몰한다. 좀비 영화, 좀비 소설, 좀비 코미디물 등이 이어지고 좀비 관련 모임이 늘어난다. 좀비에 관한 학술서도 잇따른다.

좀비는 공포가 지배하는 지금의 세계를 상징한다. ‘호러’는 ‘자신을 포함한 내부에 대한 공포’다. ‘자신을 넘어선 외부에 대한 공포’인 ‘테러’와 구별된다. ‘내부’란 ‘해결 불가능성에 의한 내적 파괴’를 말한다. 곤란한 일이 연거푸 일어나는데도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분명 큰 문제가 있지만 정체를 잘 알 수 없어서 불안하고 거기서 벗어날 수도 없다. 그래서 그런 상황 자체가 거대한 괴물이자 공포로 다가온다.(<호러국가 일본>)

그 괴물을 형상화한 것이 바로 좀비다. 좀비는 한마디로 살아 있는 시체다. 취약한 사고능력에다 행동이 단순하고 공격 성향을 띤다. 좀비의 위력은 다른 사람을 자신과 같은 좀비로 만드는 데 있다. 그냥 두면 결국 좀비 세상이 돼버린다.

해결 불가능한 문제들이 지배하는 나라가 ‘호러국가’다. 여기서는 해결 불가능성에 순응하는 한 누구나 쉽게 좀비가 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사태는 더 악화한다. 일본 사회의 경우 한신대지진, 지하철 사린가스 사건, 미군병사 소녀폭행사건을 계기로 한 오키나와의 격동 등 큰 사건들이 잇따라 터진 1990년대 중반에 호러국가로 진입했다고 다카하시 도시오 일본 와세다대학 교수는 말한다. 후쿠시마원전 사태 역시 호러국가의 한 양상이다. 우리 사회도 이미 여러 영역이 괴물화했다. 누구나 피부로 느끼지만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는 교육·부동산 문제가 그렇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극화 문제도 그 대열에 낀다.

얼마 전부터 하나의 괴물이 더 나타났다.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한 공안세력이 그것이다. 이들은 권력의 비호 아래 좀비처럼 행동하고 국민들까지 좀비로 만들려고 한다. 바야흐로 좀비의 전성기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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