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지난 주말이 후딱 지나갔을 것이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이어지는 깊은 밤, 김연아와 월드컵 조 편성 중계방송 보느라 텔레비전 앞에서 떠날 줄 몰랐을 것이기에 그렇다. 이들에게 지난 주말은 ‘아날로그 세상’이었다. 스케이팅은 모나지 않고 둥글었으며, 월드컵 조 추첨은 슈퍼컴퓨터 흔한 세상임에도 항아리(포트)에서 뽑아냈기 때문이다. 월드컵 조 추첨 방송을 두고 뒷말이 없지 않다. ㅅ방송에서 동시통역을 했던 이가 몇 마디를 엉뚱하게 통역했던 까닭이고 조 편성의 음모론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조 추첨 사전 조작설’은 말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추첨 방식을 지켜보니, 유리 항아리에서 뽑는다-건네준다-펼쳐보인다, 이렇게 딱 세 단계이기에 그렇다.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국제축구연맹(FIFA)의 나라 이름은 영어를 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그것과 거의 일치한다. 몇 나라 이름은 그렇지 않았다. 멕시코(메히코), 스위철랜드(스위스), 혼두래스(온두라스), 아르젠티나(아르헨티나), 벨지움(벨기에), 알제리아(알제리) 등이다. 괄호 안 표기가 그 나라 언어에 가까운 제 이름이다. 호주(오스트레일리아), 일본(니혼), 독일(도이칠란트), 미국(유에스에이, USA)은 우리가 한자음으로 쓰는 국명이다. 국제 무대에서 중국이 자기 이름을 ‘中國’(중궈)라 표기하고 일본이 ‘Nippon’(닛폰)이라 쓰기도 하니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국명을 제 나라 언어로 불러주자는 것이다. 영어를 따른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에스파냐’(스페인)가 대표적이지만 터키도 한가지다. 2002 월드컵 때 ‘형제국’으로 여겼던 터키의 방송인이 ‘세계방송인대회’에서 볼멘소리 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터키’(Turkey)는 영어로 ‘칠면조’와 뜻이 같다. 미국(영국)도 아닌데 굳이 그 나라 따라 터키라 할 이유가 있는가. 제 이름 ‘튀르키예’(Turkiye)로 불러달라.” 일리있는 얘기 아닌가. 터키는 터키어를 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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