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한 에너지전환연구소 소장
요즘 세계 에너지 시장은 ‘셰일가스’에 열광한다.
2000년대 후반 미국에서 개발에 성공한 셰일가스와 라이트타이트오일이 세계 경제에 끼친 첫 번째 영향은 미국 경제의 부활이다. 금융위기 이후 ‘양적 완화’를 통해 연명하던 미국 경제는 국내 가스 가격이 하락하고 가스로 만든 에탄올 가격이 떨어지면서 외국으로 나갔던 석유화학 공장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셰일가스 생산과 석유화학공업에서 살아나기 시작한 경기는 점차 다른 산업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둘째는 한정된 화석연료 자원을 두고 경쟁으로 치닫던 에너지 소비 대국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다소 완화되거나 미뤄졌다는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하였다. 두 전쟁의 명분 뒤에는 중앙아시아와 이라크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있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국은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자원 매입에 총력을 기울였다. 에너지 자원을 둘러싸고 치열해지던 에너지 소비대국의 경쟁은 미국이 다시 석유 수출국의 반열에 들어서면서 다소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이제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가스 개발 붐은 캐나다를 거쳐 아르헨티나와 호주, 중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셰일혁명’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셰일가스와 타이트오일은 웅덩이에 고여 있는 재래식 석유가 아니다. 셰일이라는 퇴적암층에 넓게 퍼져 있는 비전통 석유이다. 재래식 석유는 빨대(수직시추공)만 꽂으면 뽑을 수 있지만 비전통 석유는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재래식 석유의 생산은 2010년을 고비로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이후 늘어나는 석유 수요를 받치고 있는 것은 비전통 석유의 증가이다.
비전통 석유의 선두 주자는 오일샌드였다. 오일샌드는 수증기를 분사하여 모래나 암석에 붙어 있는 역청을 분리하고 정제하면 원유 상태가 된다. 생산 비용이 많이 들고 환경을 오염시켜 개발이 되지 않고 있다가 유가가 생산비를 넘는 수준으로 올라서자 2000년대 들어 본격 개발되었다. 오일셰일은 수직으로 파이프를 판 뒤 셰일층이 나타나면 수평으로 넓게 가지를 뻗는 수평시추와, 물에 화학약품을 섞어 고압으로 쏘아 셰일층에 틈을 내는 수압파쇄기술의 합작으로 개발되었다.
현재 재래식 석유의 생산 비용이 배럴당 20~40달러인 데 비해 샌드오일과 타이트오일은 50~90달러 선이다. 세계 유가가 100달러 이하로 내려오지 않는 이유이다. 아니 내려올 수가 없다. 분류와 정제, 수평시추와 수압파쇄 등이 따라붙어야 하는 비전통 석유의 생산 비용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셰일혁명의 첫번째 의미는 바로 고유가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재래식 석유의 생산은 정점을 찍었고, 그럼에도 늘어나는 석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고비용의 비전통 석유 생산량이 점점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석유를 엘리트 에너지라고 부르는 이유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특별한 지질구조를 가진 제한된 지역에만 매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셰일오일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셰일오일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남·북부, 호주, 유럽, 중국 등에 편재되어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미국에서 셰일가스를 수입하게 되면 국내 소비 가격이 싸질 거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천연가스 가격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액화와 운반비용이다. 액화하여 엘엔지선으로 태평양을 건너오면 현재 중동에서 수입하는 가격에서 불과 5~20% 싸질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셰일가스의 생산량 증가가 일시적으로 우리나라의 수입 조건을 완화시켜 줄 수는 있지만, 거기까지다. 셰일혁명이 매장량 없는 우리에게 주는 두번째 냉엄한 의미이다. 셰일가스는 화석연료 체제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화석연료 매장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갈 길은 에너지 자립을 꾀할 수 있는 재생가능에너지의 보급 확대뿐임을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
신동한 에너지전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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