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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문학상 / 최재봉

등록 2014-01-12 19:09

출판평론가 한기호가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khhan21)에 정리해 놓은 바에 따르면, 2012년 10월 현재 한국의 문학상은 무려 393개에 이른다. 집계 시점 이후 없어지거나 새로 생긴 문학상이 있을 텐데, 경험칙은 없어지는 것보다는 새로 생기는 문학상이 더 많다고 일러 준다.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림문학상’ ‘청정원과 함께하는 이외수문학상’ 등이 당장 머리에 떠오른다. 그렇다면 지금쯤 우리의 문학상은 400개를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평균 하루 한 건 이상의 문학상이 시상된다는 뜻이다. 가히 문학상의 나라라 할 법하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문학상 수에 걸맞게 한국 문학이 질적으로 뛰어난가 하는 것인데, 대답은 안타깝게도 부정적이다. 노벨문학상 심사에서 한국어와 같은 소수언어 작가들이 겪는 ‘차별’에 대한 지적과는 별도로, 세계 문학 차원에서 한국 문학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들리는 것이 현실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문학상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재능 있는 신인들을 다른 예술 장르가 아닌 문학 쪽으로 끌어당기는 데에 문학상이 제공하는 금전적 보상과 사회적 인정은 솔깃한 유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문학상이 난립하면서 상대적으로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점, 그리고 작품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아니라 문단 내의 친소관계와 패거리 의식이 문학상 심사를 좌우한다는 의심은 문학상의 풍요를 한국 문학의 풍요와 동일시하기 어렵게 한다. 지난해에는 <현대문학>의 ‘검열’에 항의해 현대문학상 수상자 두 사람이 수상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10일 제19회 한무숙문학상이 발표된 데 이어 13일엔 제38회 이상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문학상의 2014 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부디 올해에는 문학상의 풍요가 곧바로 문학의 풍요로 이어지는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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