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문학동네가 한국문학전집 시리즈를 출범시켰다. 1993년 12월에 창립한 문학동네는 김승옥 대표 중단편선 <생명연습>에서부터 박민규 소설집 <카스테라>까지 전집 1차분 20권을 한꺼번에 내놓음으로써 창립 20주년을 기념했다. 1995년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의 <새의 선물>과 같은 상의 10회 수상작인 천명관의 <고래>처럼 문학사에 정전으로 편입된 작품보다는 동시대를 호흡하는 작가와 작품을 앞세운 점이 두드러져 보인다.
해방 이후 허다한 한국문학전집 시리즈가 명멸한 가운데, 현재 한국문학전집을 내는 주요 출판사로는 문학과지성사가 유일하다. 2004년 12월 김동인 단편선 <감자>와 염상섭 장편 <삼대> 등을 1차분으로 선보이며 닻을 올린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은 최근 채만식 장편 <탁류>를 42권째 책으로 내놓았다. 목록에서 보듯 적어도 반세기 전에 발표된 작품들을 우선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세계문학전집이든 한국문학전집이든 검증된 작품을 선별해서 독자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맥이 통한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자면 이런 시리즈들에 ‘전집’이라는 이름이 붙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세계 또는 한국의 모든 문학작품을 포함하는 것이 아닌 바에야 ‘전집’이라는 명칭에는 어폐가 있는 것이다. 그보다는 여럿 중에서 골랐다는 뜻을 담은 ‘선집’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하겠다.
전집이라는 표현은 역시 일본의 영향으로 보인다. 국문학자 박숙자의 책 <속물 교양의 탄생: 명작이라는 식민의 유령>에 따르면 1920, 30년대 조선의 식자층과 학생들 사이에서 일본 ‘신초샤판 세계문학전집’은 필독서이자 교양의 척도로 구실 했다. 그렇지만 제목에서 보듯 이 책의 지은이는 세계문학전집으로 표상되는 교양에 대해 부정적이다. ‘전집’의 권위를 맹목적으로 좇기보다는 주체적이며 독립적인 독서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거실 장식장에 자리 잡은 두툼한 양장본 전집보다는 내게 맞는 ‘나만의 책’을 찾아 읽을 일이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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