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남한 정부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강조한다. 과거 도발 패턴과 현재 상황이 유사하다는 판단이다. 즉 2010년 10월30일~11월5일 이산가족 상봉 뒤 11월23일 연평도 포격을 가했고, 2013년 1월1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뒤 2월12일 제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2014년 1월1일 신년사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 그리고 1월16일 중대 제안(상호 비방중상 행위 중지, 상호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중지, 핵 재난 막기 위한 상호조치)도 군사도발 이전의 위장평화 공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해답은 남한의 대처 방법에 달려 있다. 전쟁 발발 요인, 촉구성 무력도발, 권력엘리트 변화의 관점에서 볼 때 충분히 비켜갈 수 있을 정도라는 의미이다.
첫째, 전쟁 발발 요인이다. 전쟁 발발의 매개는 동일한 국가목표와 비슷한 군사력이다. 군사력 차이가 없는 두 국가가 하나의 목표를 추구할 때, 전쟁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남한과 북한은 자신 위주의 통일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남한의 군사력이 압도적이다. 개수비교로 남한이 북한의 80% 수준이지만, 전력지수로 비교하면 남한의 우위이다. 특히 군사비 누계로는 남한이 약 3배(남한 추정 군사비 기준)에서 8배(북한 발표 군사비 기준) 앞선다. 승리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북한의 전쟁 개시는 어렵다.
둘째, 촉구성 무력도발이다. 북한의 경제는 자력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성장률은 2009년 -0.9%, 2010년 -0.5%, 2011년 0.8%, 2012년 1.3%로 요지부동이다. 2012년 기준 국민총소득은 33조5000억원으로 남한의 38분의 1이며, 1인당 국민소득은 137만1000원으로 남한의 19분의 1 수준이다. 탈출구는 남북경협과 6자회담을 통한 서방의 지원뿐이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과 6자회담 성공 가능성이 높을수록, 도발 가능성과 강도는 낮아진다. 사용 무기와 도발 지역은 예측 가능해진다. 반대로 남북관계 개선과 6자회담 성공 가능성이 낮을수록, 도발의 가능성과 강도는 높아진다.
셋째, 북한의 엘리트 교체이다. 혁명세대는 1990년대에 퇴진했으며, 2000년대에는 원로에서도 물러났다. 전쟁세대도 2000년부터 퇴진하기 시작하여, 현재 형식적 자리만 지키고 있다. 현재는 제3세대가 주류이다. 이들은 급격한 체제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현상유지가 자신의 권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한과 국제정세에 밝기 때문에, 개방적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과거세대보다 테크노크라트의 특성, 즉 실용성을 더 강조하며 경제성장을 더 선호하고 경제적 전문지식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이 실리노선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분배할 수 있는 권력과 이익이 사라지면 엘리트 계층이 분열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남도발이 나타날 수도 있다.
어쨌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완전하게 배제할 수는 없다. 전쟁 발발의 관점에서 북한의 핵심적 이익을 침해하지 않으면 된다. 정권 붕괴 같은 급변사태를 노려서는 안 되며, 흡수통합을 느끼지 않도록 수위조절을 해야 한다. 촉구성 무력도발의 관점에서, 남한 주도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6자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최소한 남북관계와 국제정세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대북정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안보는 대비하는 가치가 아니라 예방하는 가치이다. 상대의 행위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국민의 마음이 불안해진다. 상대가 행위를 시작해 버리면 해결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예상경로를 파악하고 미리 대처하면, 낮은 비용으로 지킬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능동적 안보이다.
이재영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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