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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모이

등록 2014-02-02 19:05

새가 날아든다. 흔히 산까치라 부르는 어치가 첫 손님이었다. 삼십 센티미터쯤 되는 듬직한 몸집에 검은색 줄무늬로 파란색 날개 덧깃을 치장한 멋진 녀석이다. 어치가 다녀간 뒤 온갖 잡새, 아니 여러 새들이 찾아온다. 박새, 쇠박새, 곤줄박이, 동고비 등이다. 일일이 이름 밝혀 불러주기 어려울 만큼 많은 새들이 들락거리기 시작한 지 보름이 되었다. 친구 따라 찾아온 녀석, 큰 새 눈치 보다 포르르 날아와 한입만 물고 날아가는 조막만한 녀석들…. 단골도 제법 생긴 듯하다. 큰길 뒤편 아파트에 새가 날아드는 까닭은 서재 베란다에 얼기설기 만들어 놓은 ‘버드피더’ 덕분이다. 먹잇감 찾기 어려운 겨울철 이것은 새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오아시스이리라.

‘버드피더’(bird feeder)라 했지만 거창한 것은 아니다. 에어컨 실외기 위에 나뭇가지와 꽃다발 펼쳐놓고 그 위에 땅콩, 해바라기 씨 따위를 잘게 부수어 놓은 게 다이다. 눈 좋은 새들의 눈길 끌기 위해 붉은빛의 연시와 감귤도 내어놓았다. 해 뜰 녘부터 새가 찾아드는 것을 보니 효과 만점이다. 손 뻗으면 닿을 창가에서 새들이 ‘먹이’를 콕콕 쪼아 뾰족한 ‘입’으로 집어삼킨다. 형형색색 고운 각양각색의 ‘꼬리’는 그 모양으로 새 종류를 가리게 한다. 아주 가벼운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하는 말인 ‘새털’의 차이도 그렇다.

날짐승의 부위 이름은 길짐승의 그것과 구별해 부른다. 새의 ‘먹이’와 ‘입’을 ‘모이’와 ‘부리’처럼 따로 이르는 것이다. 이렇듯 새의 ‘꼬리’는 ‘꽁지’로, ‘새털’은 ‘깃털’로 ‘콕 찍어’ 가리키는 게 더 분명한 표현이다. 이런 까닭에 ‘버드피더’는 ‘새먹이통’보다 ‘새모이통’, 넓적한 곳에 펼쳐놓은 것이라면 ‘새모이대(-臺)’라 하면 되겠다. 새 부위 이름을 따져보다 새롭게 안 것이 있다. 새 다리의 정강이뼈와 발가락 사이를 ‘부척’이라 한다는 것, 목의 앞쪽은 ‘멱’이라 한다는 것이다. ‘돼지 멱따는 소리’의 멱이 바로 그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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