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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꽃바람 / 김지석

등록 2014-02-05 19:18

우리나라와 같은 북반구의 온대 지방에서는 보름 단위로 비교적 분명하게 기후가 바뀐다. 여기서 ‘기’(氣)는 한 해를 보름씩, 스물넷으로 등분한 하나하나의 단위를 말한다. 기는 각각 다른 마디(절, 節)를 이루는데, 그 마디를 전체적으로 표시하는 기준점이 바로 ‘절기’다. ‘후’(候)는 기보다 짧은 닷새 단위를 이른다.

24절기는 고려 말인 14세기 초반부터 널리 사용돼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중국을 기준으로 한 탓에 절기가 실제 날씨보다 조금 빨리 오는 경우가 흔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이제 양쪽이 거의 접근하고 있다. 입춘(4일)을 막 지난 지금 상황이 바로 그렇다.

봄에는 화신풍(花信風), 곧 꽃 소식을 몰고 오는 꽃바람이 분다. 봄의 전령이라는 영춘화와 매화가 때맞춰 피기 시작했다. 꽃망울을 달고 있는 개나리도 곳곳에서 보인다. 추위가 늦게까지 이어져 3월 이후에 매화·산수유·개나리 등이 함께 핀 지난해와는 차이가 있다. 나무와 풀은 모두 일조시간과 기온에 민감하지만 기온 변화에 더 빨리 반응하는 건 나무다. 오래 살지 못하는 풀의 생체시계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조시간에 맞춰져 있다. 봄 내내 이어지는 꽃바람은 매화풍으로 시작해 연화풍으로 끝난다. 연화는 멀구슬나무다.

지금은 정월 초하루부터 열이틀 동안 계속되는 십이지일 기간이다. 십이지 가운데 쥐 소 범 토끼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는 털이 있고, 용과 뱀은 털이 없다. 선조들은 용과 뱀에 해당하는 무모일(無毛日)을 금기시했다고 한다. 용과 뱀은 신성한 짐승이므로, 이들이 들어간 날은 사람이 쓸 수 있는 날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초여드렛날은 곡일(곡식날)이다. 해충을 쫓는 의식이 널리 행해졌다고 한다. 곡일은 ‘좀날’이기도 하다. 이날 오곡을 볶아 먹으면 좀이 슬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다.(<한자견문록>)

봄이 지척지간에 다가왔다. 추위가 몇 차례 더 있더라도 꽃바람의 들러리 정도로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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