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7세기 그리스 시인 사포는 최초의 서정시인으로 일컬어진다. 사랑의 열정과 그리움, 질투, 상실감 같은 개인 감정을 처음으로 노래했다는 의미에서다. 이 여성 시인이 사랑을 노래한 대상에는 같은 여성들이 많았다. 그의 고향 섬 이름 레스보스에서 파생한 낱말 ‘레즈비어니즘’(lesbianism)이 여성 동성애를 가리키게 된 연유다.
그가 쓴 시는 아홉권 분량으로 묶일 정도였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전하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온전한 형태로 볼 수 있는 것은 <아프로디테 송가> 한편뿐이고, 전체적인 꼴을 갖춘 것이 네편이며, 나머지는 조각글들이다. 사포가 활동한 때가 워낙 오래전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사랑, 더 나아가 동성애를 노래한 그의 시가 서구 주류 사회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더 설득력이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파피루스 전문가인 더크 오빙크 박사가 얼마 전 사포의 시 두편을 새로 찾아냈다고 밝혔다. 그는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 2월4일치에 기고한 글에서 익명의 문서 수집가가 자신에게 감정을 맡긴 서기 201년 무렵 파피루스에 적힌 글이 틀림없이 사포의 시라고 주장했다. 둘 중 하나는 첫 한두연이 누락되긴 했지만 나머지는 거의 온전하게 보존돼 있고, 다른 하나는 아홉행만 남아 있다는 것. 형태가 거의 온전한 첫 작품에는 헤로도투스를 비롯한 다른 필자들의 글에서만 언급되었던 사포의 두 남자형제 카락소스와 라리코스가 등장하며, 아프로디테를 수신인으로 삼은 다른 작품은 대답 없는 짝사랑에 대한 탄식을 담고 있다.
오빙크 박사는 이 작품들이 사포가 사용한 아이올리스 말로 쓰였고, ‘사포 스탠자’라 불리는 특유의 보격(步格)으로 되어 있으며, 결정적으로 문헌으로만 전하던 사포의 남자형제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사포의 작품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오빙크 박사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사포의 여섯번째 시’의 출현에 흥분하고 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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