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을 지낸 여당 최고위원을 만난 적이 있다. 창덕궁 언저리에 있는 밥집에서 여럿과 함께한 자리였다. 오래전 일이지만 당시 기억 가운데 식당 이름과 그가 건넨 질문이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옥호가 여름에 보라색 꽃이 피며 어린잎과 줄기는 먹기도 하고 꽃은 염색할 때 쓰는 들풀과 같아서였고, 왠지 편안한 저녁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질문이어서였다.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생각은?’ ‘방송을 산업이 아닌 문화로 여겨 달라!’였던 당시 문답이 요즘 정부와 의사협회의 줄다리기를 보면서 생각났다. ‘방송문화’보다 ‘방송산업’이 익숙한 세상에 ‘의료산업’은 새삼스러운 게 아닌 것이다.
지난주 ‘24일로 예고된 대한의사협회 2차 휴진에는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참여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그래서인지 ‘전공의’는 어떤 의사인지 묻는 이가 많다. “의예과(2년)와 본과(4년)를 마치고 국가시험을 통과하면 의사가 된다. 비뇨기과, 정신과처럼 ‘의학의 일정한 분과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의가 되려면 종합병원에서 인턴(1년, 수련의)과 레지던트(4년, 전공의) 과정을 거친 뒤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전문의 자격증이 있어도 ‘펠로’(2년, 전임의·임상강사)를 거쳐야 비로소 ‘스태프’(교수)가 된다. 과정에 따라 기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종합병원 ‘정규직 의사’가 되려면 군복무 등을 빼도 13년이 걸리는 것이다.” 개업의를 하고 있는 전문의의 설명이다.
요즘 언론에서 말하는 ‘전공의’는 레지던트를 가리키지만 관련 법률과 국어사전 뜻풀이는 ‘현장’의 그것과 차이가 있다. 인턴(의사면허를 받은 뒤 임상 실습을 받는 전공의)과 레지던트(인턴 과정 뒤에 밟는 전공의의 한 과정)를 아울러 전공의라 하고, 국어사전은 수련의와 전공의를 한뜻으로 보는 것이다. ‘전임의’(펠로)와 병원의 ‘스태프’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 ‘현장’과 다른 법령의 정의와 국어사전의 뜻풀이가 ‘2차 휴진’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협회의 맞선 주장처럼 시민을 헷갈리게 한다.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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