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위화도 회군 / 임석규

등록 2014-04-07 18:50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결정적 선택’을 두고 여론조사를 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역사학자 1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한글 창제가 1위, 위화도 회군이 2위였다. 사극 <정도전>이 최근 장년층 남성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하면서 위화도 회군이 새삼 관심을 끈다.

조선왕조 개창의 서막을 연 이 드라마틱한 사건은 역사의 갈림길에서 지도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정도전> 제작진에게 강연까지 할 정도로 이 분야 전문가인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환’과 ‘돌파’ 리더십을 주목한다. 이성계는 요동 땅으로 향하던 군사들의 말머리를 개경 쪽으로 돌림으로써 ‘전환의 리더십’을 선보였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회군을 결행한 1388년부터 1392년 임금에 즉위하기까지 숱한 난관과 맞닥뜨렸다. 그때마다 고뇌하고 판단하고 결단을 내려야 했다. 고비와 위기에서 이성계는 ‘돌파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피비린내 풍기며 정적을 제거했고 과감한 전제개혁도 실행했다.

물론, 위화도 회군의 정당성을 두고선 지금도 평가가 엇갈린다. 이성계가 회군하지 않고 요동 땅으로 진격했다면 고구려의 고토인 만주 땅을 되찾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이들도 많다. 대륙의 중원에 진출하려는 최영의 염원이 사대주의자 이성계에게 좌절됐다는 시각이다. 쿠데타인지 혁명인지도 여전히 논쟁 대상이다. <정도전>에서 이성계는 회군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정몽주에게 항변한다. 아버지의 5·16 쿠데타를 ‘불가피한 선택’이란 용어로 합리화한 박근혜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선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두고 ‘회군파’와 ‘직진파’의 논쟁이 치열하다. “위화도 회군이 조선 개국으로 이어진 역사를 되짚어보자”는 말도 나왔다. 위화도 회군은 민심의 흐름을 탔다. 그래서 성공했을 거다. ‘무공천 회군’은 민심의 호응을 받고 있을까. 이 당의 지도자들은 전환과 돌파의 리더십을 지녔는가.

임석규 논설위원 sk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