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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한국사 수능필수 재고해야 / 김정빈

등록 2014-04-07 19:01

김정빈 교육정책가 동국대 강사
김정빈 교육정책가 동국대 강사
국사가 수능필수 과목으로 지정되었다. 국사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한다. 국어, 수학, 영어와 함께, 올해 고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대입시험을 보는 2017학년 수능부터는 국사가 추가되어, 수능 필수과목은 모두 4과목이 된다. 교육부는 한국사를 두고 과도한 사교육이 유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평가방식은 “절대평가”로 할 것이며 또 “쉽게” 출제하도록 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학생들이 우리 역사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연히 우리 역사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학교교육이 잘 되어야 할 것이다. 단편적인 지식 위주의 일방적인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아닌, 학생들 스스로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는 자기주도적인 토론식 교육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평가방식은, 기존의 선다형 시험 위주가 아닌 논술형 시험 위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하자는 방안이 나왔고, 결국 이 방안으로 결론이 났다.

그렇다면 이러한 결론은 타당한가? 정책적으로 크게 두 가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것은 입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완화시키고자 하는 우리 입시정책의 기조에 반한다는 점이다. 이는 국가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능의 영향력에 쉽게 편승한 조처로 해석된다. 수능의 영향력을 완화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나라 입시 현실에서 학생들의 과도한 입시 부담과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사회적 합의인데, 오히려 학생들의 수능 부담을 가중시켜서라도 국가의 정책목표를 쉽게 이루려는 발상은 대단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 ‘정책목표’에 비해 ‘정책수단’ 발상이 지나치게 과도해 보인다는 점이다. 우리의 역사를 청소년들이 제대로 아는 것이 정책목표라면, 정책수단은 이에 합당한 수단이면 된다. 수능은 ‘대한국민자격시험’이 아니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자 ‘대입선발시험’이다. ‘자격시험’ 정도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면 그 방법을 우선적으로 채택해야 하는 것이 순리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모두 대학에 가는 것도 아니다. 대학에 가기 위해 수능성적에 민감한 층은 상위 50% 정도여서 이 학생들이라면 몰라도 하위 50%의 학생들이 수능 필수과목이면 공부를 무조건 열심히 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모든 청소년들이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도록 하는 것이 정책목표였다고 할 때, 국사 수능필수 지정은 사회적으로 불필요하게 부담만 주고 실효성은 크지 않은 정책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안은 이렇다. 국사는 이전처럼 수능 선택과목으로 놔두고, 모든 학생이 보는 ‘한국사 시험’은 고2 말쯤에 보는 ‘대입자격시험’ 정도로 해서 ‘합격/불합격’만 가리는 방식으로 하면 된다고 본다. 물론 ‘불합격’ 학생의 경우엔 재시험을 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한국사 시험’을 보는 날엔 언론과 방송을 통해 시험 문항과 주제를 공개해서 전 국민이 그 핵심 내용을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하나의 ‘잔치’로 말이다. 8·15와 5·18이 다르다는 것, 야스쿠니신사의 ‘신사’가 ‘젠틀맨’이 아니라는 것은 국사를 꼭 수능의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만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국사 수능필수 지정’은 재고되어야 한다. 그래야 ‘교학사’ 교과서 사태까지 얽혀 누군가 우리의 역사 교육을 정략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의구심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이미 결정된 사안일지라도 잘못된 점이 발견된다면 아직 시행 전인 만큼 과감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김정빈 교육정책가 동국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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