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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입조심’ 옥계가 위험하다 / 박창근

등록 2014-04-14 18:36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강릉시에서 7번 국도를 타고 30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옥계면이 나온다. 옥계는 이름처럼 맑은 물이 흐르는 곳으로, 옥계해변, 금진 온천, 종유석동굴이 있는 관광지이고 아직도 5일장이 서는 소박한 마을이다. 이런 마을에 2012년 11월 1만t의 마그네슘을 생산하는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이 들어섰을 때만 해도 마을 주민의 기대가 컸다. 그러나 횟집은 개점휴업이고 펜션과 민박의 투숙객이 줄어들고 농작물은 판로를 잃고 어민들은 고기잡이를 망설인다. 지난해 6월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페놀이 대량 유출되어 토양이 오염되는 환경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포스코 공장 인근 지역에서 교량공사를 하던 중 페놀이 대량 유출되었다. 포스코는 15t이 유출되었다고 발표하였지만, 일부 주민들은 3000t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원도 쪽이 추산한 유출량만도 354t이다. 토양오염을 방치할 경우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하수가 페놀로 오염되고 몇십년에 걸쳐 서서히 강과 바다로 이 지하수가 흘러가서 생태계 전체가 교란될 것이다. 맑은 물이 흐르던 옥계는 물도 먹을 수 없고 농작물도 재배할 수 없고 어업도 불가능한 재앙의 땅이 될 것이다. 토양오염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시급하게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유출된 페놀 양이 30t이었지만 수돗물에 악취가 나는 등 그 심각성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이때는 페놀 유출 당사자인 두산그룹 회장이 물러나고 환경부 장차관이 경질되는 등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가져왔다. 반면 옥계의 페놀 유출은 강원도 추산을 따르더라도 낙동강의 10배가 넘는 354t이 유출되었는데도 사회적 반향이 크지 않다. 이는 토양오염의 특성상 오염이 잘 눈에 뜨이지 않고, 무엇보다 토양 속의 페놀이 지하수를 통해 강이나 바다로 유출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옥계의 토양오염은 우리나라 토양오염 사상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적절한 조처는 오염된 토양을 모두 파내서 정화하는 공법을 사용하는 것밖에 없다. 기존 공장 아래에 있는 오염 토양을 정화하는 방법이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적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 따라서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 될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대규모의 토양오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포스코의 대처는 안이하기 이를 데 없다. 일부 구간에 차수벽을 설치하는 데 그쳤다. 강릉시에서 오염 확산을 막기 위해 차수벽 추가설치 공문(2013년 9월10일)을 보내도 포스코는 추가 차수벽 설치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말 포스코는 토지 복원계획을 위해 토양오염 추가 정밀조사를 했지만 가장 중요한 기존 공장 아래에 있는 토양의 오염도나 유출량에 대한 재조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포스코는 오염된 토양에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그 토지에 3개의 건물을 증축하고 도로를 포장해버렸다. 강릉시는 남의 집 불구경하듯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지역 언론의 행태도 기이하다. 옥계가 관광지도에서 사라질 정도로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했는데도 지역 언론은 꿀 먹은 벙어리이다. 동해안의 소식은 대관령을 넘지 않는다는 말이 새삼 새롭다. 올해 3월에 이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10만t의 마그네슘을 생산하는 산업클러스터 계획이 대대적으로 발표되었다. 아무 대책 없이 마그네슘 제련공장 확대의 팡파레만 울려 퍼지고, 정작 피해자인 주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우연의 일치인지 지난 3월 옥계에는 이상한 현수막이 하나 나붙었다. ‘자나 깨나 입조심! 닫힌 입도 다시 보자.’ 그만큼 옥계는 더 위험하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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