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3일은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지 450년이 되는 날이었다. 여기에는 사실 약간의 단서가 필요한데, 객관적인 사실로서 확인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출생과 관련해서는 그가 1564년 4월26일 영아세례를 받았다는 교구 기록이 유일하다. 당시 관행상 태어난 지 사흘 뒤에 세례를 받는다는 등의 추정에 따라 4월23일을 생일로 기념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관한 더 큰 수수께끼는 따로 있다. 그의 희곡들이 우리가 아는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근거는 제법 충실한 편이다. 우선, 고향에서 초중등 과정이라 할 문법학교에 다닌 것 외에 고등교육은 받지 못한 그가 작품에서 어떻게 그토록 광범위한 지식과 어휘 구사력을 보일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그의 부모와 자식들은 모두 문맹이었다. 친필 원고가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도 의구심을 부추긴다. 임종을 앞두고 남긴 유언장에도 부인 앤 해서웨이에게 집에서 “두 번째로 좋은 침대”를 유품으로 남긴다는 등 세속적·물질적인 언급은 있지만 그때까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희곡 18편을 비롯한 원고나 장서 등에 관한 얘기가 전혀 없다는 것도 ‘천재 극작가 셰익스피어’답다고는 하기 어렵다.
이 밖의 여러 정황에 근거해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쓴 ‘얼굴 없는 저자’가 따로 있다는 주장이 19세기 이후 득세하고 있다. 이제까지 후보로 거론된 이는 프랜시스 베이컨, 크리스토퍼 말로, 옥스퍼드 백작 드비어 경에 엘리자베스 1세 여왕까지 무려 80여명에 이르며 집단 창작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극작가 셰익스피어’에 관한 확실한 물증이 부족한 것처럼 이들이 진짜 저자라는 근거 또한 희박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는 그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의 사망 400년이 되는 2016년을 앞두고 ‘셰익스피어의 정체’를 대학 영문학과 정규 과목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운동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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