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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상황론자들

등록 2014-05-14 19:06

유시민은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언젠가 정치인 3명의 평전을 쓰고 싶다고 했다. 집필 1순위로 김종필을 꼽았다. 30년 넘게 2인자 자리를 지킨 건 정말 대단한 일 아니냐고 했다. 그다음은 박태준과 정주영이었다. 와이에스(YS·김영삼)나 디제이(DJ·김대중)는 그다지 쓸 게 없다고 했다.

김종필에겐 ‘상황론자’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다. 그는 “10월에는 10월의 논리가 있고 11월엔 11월의 논리가 있다”며 자신의 입장 변화를 합리화한 적이 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이 ‘상황론자 김종필’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고 분석한 구절이다.

유시민도 맞닥뜨린 상황에 맞춰 논리를 끌어대고 포장하는 솜씨가 능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태호는 ‘소신 바꾸기도 폼나게 하는 정치인 유시민’이라고 비꼰 적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인물에게 묘한 매력을 느낀다. 유시민이 제일 먼저 김종필 평전을 쓰고 싶어 했던 이유가 지금도 궁금하다.

안철수는 얼마 전 <한겨레 21>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치 리더십을 ‘시추에이셔널 리더십’이라고 표현했다. ‘상황대응 리더십’으로 번역되는 경영학 용어(situational leadership)를 차용한 것 같다. 조직원의 유형에 따라 각각 다른 리더십을 선보여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테면, 능력이 부족하고 동기부여도 안 된 사람에겐 지시형이 좋다. 능력은 부족하지만 동기부여는 잘 된 사람에겐 코치형이 어울리고, 능력은 좋은데 동기부여가 안 된 사람에겐 지원형이 맞춤하다. 능력도 좋고 동기부여도 잘 된 사람에겐 위임형 리더십을 발휘해야 효율적이다.

안철수의 ‘시추에이셔널 리더십’은 숨가쁜 정치 상황에 맞춰 민첩하게 대응하겠다는 얘기일 거다. 세월호 정국에서 안철수는 ‘뒷북’에 가까운 행보를 했다. 정혜신은 “딱 부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애매모호함이 상황론자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했다. 안철수가 상황론자 계보를 잇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임석규 논설위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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