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교수
세월호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많이 내려갔다고 한다. 어떤 조사는 70%까지 넘어갔던 지지율이 50%대로 떨어졌다고 하고, 다른 조사는 그 이하로 내려갔다고도 한다. 어떤 이들은 지지율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고 걱정하며, 다른 이들은 이 지경에 50%를 넘는 것이 이상하거나 수상하다고까지 한다. 조사에 따라 지지율이 1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상함”의 원인은 조작이라기보다는 여론조사가 지닌 근본적인 한계에 있다.
여론조사가 여론을 정확히 반영하려면 두 가지 전제를 충족해야 한다. 첫째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잘 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설문을 만드는데, 이것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리얼미터’라는 조사회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국정운영을 얼마나 잘 수행해오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다고 한다. 이와 다르게 ‘리서치뷰’라는 곳은 “박근혜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다. 앞의 것으로 물으면 긍정적인 답이 늘어나고 뒤의 것으로 물으면 부정적인 답이 늘어날 것이다.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면접원 또는 기계음에 대고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쉽지 않다.
둘째는, 응답자를 잘 뽑아야 한다. 고작 1000~2000명을 가지고 수천만 시민을 대표하게 하려면 이상적인 표집 방법이 필요하다. 이것은 수천만의 이름을 넣은 통 속에서 눈을 감고 하나씩 뽑아 1000~2000명을 확보하여 이들에게 묻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표집방식은 불가능하다. 현재 많이 쓰는 방법은 컴퓨터를 이용해 자동적으로 전화번호를 산출하거나 전화번호부에 있는 번호들을 골라 전화를 거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전화를 누가 받는지가 중요하다. 관련 연구 결과들을 보면 집에서 받는 사람은 집전화이든 휴대전화이든 고령이며 보수적인 경향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집 밖에서 전화를 받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저연령이며 진보적인 경향이다. 더구나 집 밖에 있는 사람은 전화를 잘 받지 않거나 받아도 바로 끊어버리기 십상이다.
인구비례에 맞는 20·30대 수를 확보하기 위해 계속 전화를 걸어도 짧은 시간에 이를 맞추기는 어렵다. 그러다보니 어렵게 확보한 몇 안 되는 젊은층의 대답을 부풀려 계산한다. 그런데 이 젊은이들은 ‘집에 있는 보수적’인 성향의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조사 방법에서 집전화 수를 늘릴수록 보수성은 강해진다. 휴대전화 30%와 유선전화 70%로 조사하는 ‘리얼미터’ 방식은 보수적 유권자에 편향된 조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휴대전화 100%인 ‘리서치뷰’ 조사의 경우 오히려 고령층을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휴대전화만이라고 해도 ‘진보적인 젊은층’은 주로 밖에 있고 응답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고령층 부족 문제를 조금은 상쇄할지 모른다.
문제는 여론조사 자체가 아니라 이의 해석이다. 여론조사 결과로 지지율을 과신한 대통령 자신과 정부여당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떨어진 채 정국을 운영하기 쉽다. 이 지지율을 믿는 야당도 위축돼 반대 의견을 바로 대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언론도 과장된 지지율을 바탕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홀대할 수 있겠다. 여론조사 결과가 단순히 추세를 알려주는 것을 넘어 지지율 자체로서 과도한 무게를 갖는다면 결국은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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