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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보건감이 있었다면 / 김양중

등록 2014-06-10 18:15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지난주 6·4 지방선거에서는 여야 등 정치권을 비롯해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도 크게 놀란 결과가 있었다. 바로 교육감 선출 결과다. 전국 시·도교육청 17곳 가운데 13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것이다. 여론의 반응은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났듯이 학생의 안전이나 생명은 소홀히 하고 오로지 대학입시에만 매달려온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가 투표로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진보 교육감들의 당선에 대한 또 하나의 해석은 당명을 걸지 않으면 학생의 인권이나 생명 등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는 정책을 가진 이들을 뽑는다는 것이다. 부산이나 인천, 경기 등 보수 쪽 시도지사가 선출된 곳에서도 진보 정책을 가진 교육감이 선출됐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교육의 영역에선 정쟁이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유권자들이 엇비슷한 사고를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교육과 함께 한 나라의 공공정책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영역이 바로 보건의료다.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해야 한 나라의 밝은 미래가 있듯이, 보건의료가 잘 받쳐줘야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미래의 성장동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교육과 의료 모두가 민간 중심이라 공공정책의 중요성은 더욱 높다. 학교는 민간 대 공공의 비율이 8 대 2로 압도적인데 병원은 9 대 1로, 교육보다 의료가 더 민간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교육감보다는 보건의료 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감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에 쉽게 동의하게 된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교육감처럼 보건감(이름은 제대로 지어야겠지만)을 별도로 뽑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프면 질병의 원인부터 설명해주고 무조건 약이나 검사를 처방하는 것보다는 생활 속에서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나의 의사인 주치의’ 제도를 실시하겠다는 후보를 뽑았을 것이다. 또 암 등 중병에 걸리면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무조건 달려가지 않고, 각 지역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최고의 병원을 만들겠다는 공약도 나왔을 것이다. 물론 치료비가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에 대한 대책도 발표됐을 것이다.

이런 정책 이전에 지금까지 지역 주민들의 건강은 나 몰라라 하고 보건의료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각종 정책들이 발을 못 붙일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안심하고 치료받는 진주의료원을 경남도 보건감이 감히 없앨 수 있겠는가? 반대로 공공병원을 더 짓겠다고 공약했을 것이다. 또 인천시나 제주시 보건감은 돈 좀 벌겠다고 국민들의 의료비를 크게 올릴 영리병원을 짓겠는가? 이밖에도 지역별로 운동 실천율, 흡연율, 올바른 식사 실천율 등이 모두 다르고, 심지어는 어느 동네에 사느냐에 따라 사망률도 차이가 나는 현실을 두고만 봤을까? 우리 지역에서는 이런 불평등이 없도록 하겠다고 보건감이 발벗고 나섰을 것이다.

원래 보건의료 정책은 당파성에 관계없이 입장이 거의 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나 문재인 후보도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 확충을 공약했다. 지금처럼 지역색으로 무장된 당명을 걸지 않고 교육감처럼 보건감을 뽑는다면 자본의 입장이 아닌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일하는 후보가 당선된다.

보건감에 대해 다소 엉뚱한 상상이라는 비판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살면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겠는가? 새누리당에서는 교육감 선거마저 없애자는 얘기가 나온다는데, 다가오는 지자체 선거에서는 교육감에 더해 보건감을 뽑게 되길 기대해본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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