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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기림비 1 / 강재형

등록 2014-06-15 18:07

경남 창원시 상남동 분수광장에는 ‘마디미 기림비’가 있다. 옛 고을 이름인 ‘마디미’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부산 수영구 광안동 순교성지에는 ‘수영 장대 여덟 순교자 기림비’가 있다. 병인박해 때 처형된 순교자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에는 ‘10·28 항쟁 기림비’가 있다. 1987년 6월항쟁의 시발점이 된 1986년 ‘10·28 민주항쟁’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전북 남원시 금지면 금지초등학교에는 ‘김주열 기림비’가 있다.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 열사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전북 무주군 무풍면 목정 공원에는 국회의원의 이름을 딴 기림비가 있다. 지역 발전에 이바지한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인터넷 자료를 톺아보며 찾아낸 우리나라의 ‘기림비’다.

‘기림비’는 ‘기리다’의 명사형인 ‘기림’에 ‘기념하여 세운 물건’의 뜻을 나타내는 ‘비’(碑)를 붙여 만든 말이다. ‘기리다’는 ‘뛰어난 업적이나 바람직한 정신, 위대한 사람 따위를 추어서 말하다’는 뜻이다.(표준국어대사전) 앞서 둘러본 국내 ‘기림비’는 이 뜻에 들어맞는다. ‘위안부 기림비’도 그럴까. 말뜻에 기대어 보면 그렇지 않다. ‘위안부’의 피해와 일제 만행은 잊지 말고 규탄할 일이지 기릴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공원 조성 및 기림비 설치에 관한 결의안’에는 11번의 ‘기림비’를 포함해 ‘기리다’의 표현이 14차례 등장한다. 미국에 세워진 것, 한국에 있는 것 어디에도 ‘기림비’라 새겨져 있지 않음에도 ‘위안부 기림비’로 뭉뚱그려 표현한 것이다. 어느새 ‘위안부’ 관련한 ‘기림비’가 특정 지역의 조형물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위안부’ 할머니의 명예를 회복하고 일제 만행을 잊지 않기 위해 세우는 ‘(위안부)기림비’. 달리 부를 이름은 없을까.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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