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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생일 축하해

등록 2014-07-01 18:25

‘띠링, 생일축하 쿠폰이 도착했습니다!’ 봄과 가을 일년에 두번 머리 자르러 가는 미용실에서 20퍼센트 할인쿠폰이 도착했다. 고객카드에 생일을 기입하면 할인쿠폰을 보내준다는 말에 대충 적어준 생일이 오늘인가 보다.

미얀마의 올랑 사키아 부족은 나이를 거꾸로 센다고 한다. 태어나면 60살이고, 한 해씩 지날 때마다 나이가 줄어서 60년이 지나면 0살이 된다. 0살보다 더 오래 살게 되면 덤이라고 다시 열살을 더해 주고 거기서부터 한살씩 줄여간다. 이런 계산법은 왠지 우리를 인생에 대해 겸허한 인간으로 만들 것 같아서 좋다. 호주 원주민 참사람부족은 나이 한살을 더 먹는다고 생일 축하를 하거나 받지 않는다. 나이를 먹는 거야 저절로 되는 거지 개인의 노력이 들지 않는 거니까 그걸 매년 축하하는 게 이상하다는 거다. 그들은 나이 먹었다고 생일축하를 하지 않고 대신 ‘나아지는 걸’ 축하한다. 작년보다 올해 더 성숙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다면 그걸 축하하는 것이 진정한 생일축하다. 자신이 작년보다 더 나아졌는지 아닌지는 자신만이 알 수 있다. 따라서 생일파티를 열어야 할 때가 언제인지 판단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스스로 내적 성장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그때가 바로 생일인 것이다. 때가 오면 이렇게 외친다. “생일파티를 열 때가 왔어! 친구들아, 와서 모두 축하해줘!” 이런 성장의 기쁨을 자주 누릴 수 있는 멋진 나였으면 좋겠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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