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원광대 초빙교수
지난달 22일 미국이 북한 등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실시한 미사일방어(MD) 요격실험이 6년 만에 성공했다고 한다. 물론 모의실험이었다. 실제 상황에서는 성공률이 더 낮을 수 있다. 원래 엠디 요격 성공 확률은 2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 회계감사원도 신뢰도가 낮은 무기 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데 부정적이다. 하지만 미 국방부 입장에서는 군수산업을 진흥하면서 국내 고용을 창출하고 무기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엠디는 분명 매력적인 수출 아이템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동맹이라는 이유로 명중률도 낮은 엠디의 판촉 대상이 되어야 하는 우리나라는 곤혹스럽다. 엠디 시스템과 발사장치를 도입하는 초기비용만도 12조원이 든다. 시스템 유지관리 비용이나 요격미사일 개발 비용은 별도다. 우리나라 국방비가 올해 33조7500억여원이란 걸 고려하면 엠디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문제에 야당은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다는 엠디를 반대했다가는 ‘종북’으로 몰릴까 봐서 그러는가, 아니면 기본적으로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국가에서 야당은 왜 존재하는가?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여당과 경쟁하는 것이 야당이지만, 정권장악 이전이라도 국가이익이 걸린 외교안보 문제에 관해서는 국민 세금이 무더기로 나가는 일은 막아주어야 한다.
대외관계에서는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국가이익을 키우는 일이 될 수 있다. 흔히 여당은 외교안보 문제에 관해서 야당에 초당적인 협력을 요구한다. 속내는 정부·여당이 하자는 대로 따라오라는 것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초당적 협력은 그런 것이 아니다. 국가이익을 키울 수 있다면 야당이 반대를 해서 정부·여당이 상대국가에 끌려가거나 휘둘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 우리 국내 여론이 안 좋다는데, 동맹국이라는 미국이 자국 이익만 챙기려 하지는 못할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야당의 그런 반대가 진정한 초당적 외교다.
미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엠디를 팔고 싶어 했지만, 역대 정부가 그럭저럭 잘 버텨왔다. 그런데 지난 4월26일 박근혜-오바마 정상회담에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미국의 엠디체계에 편입하기로 합의를 했다. 그러나 합의가 실제 이행되는 데는, 과거 사례를 볼 때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다. 더구나 이번 요격실험 성공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 엠디의 신뢰도와 효율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럴 때 야당이 나서야 한다. 대정부 질문이나 당대표 국회연설에서 강력하게 문제를 삼아 정부가 대미 협상에서 그걸 카드로 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국가재정 규모에 비추어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엠디사업의 타당성과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부터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이 잘 모르면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미국의 엠디 판촉 작전에 끌려다니는 정부를 구해내야 한다. 이건 어쩌면 정부 내 생각이 있는 일선 관료들이 ‘불감청이지만 고소원’으로 바라는 일일지도 모른다.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북한이 남쪽으로 미사일 쏠 일이 없어지면 그야말로 고철이 될 것이 뻔한 무기를 사는 데 국가예산의 3.28%, 국방비의 35.6%를 쓰는 걸 야당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선 안 된다. 그리고 북한 핑계를 대고 있지만, 실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엠디에 우리가 너무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경우, 중국으로부터 돌아올 불이익을 생각해서라도 이건 막아야 한다는 걸 야당은 깨닫기 바란다.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원광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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