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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헤로인 / 강재형

등록 2014-07-06 19:30

“소리 없는 항의가 퍼져나갔다. ‘볼만하다 해서 갔더니 칼질 장면만 나오더라’는 볼멘소리였다.” 2007년 일부 관객의 반응을 전한 영화 관계자의 말이다. 같은 때 개봉한 ‘색계’를 ‘식객’으로 잘못 알고 관람한 이들이 제법 되었던 모양이다. 이 영화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탕웨이가 한국 감독과 결혼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매체들은 ‘한·중 정상회담’을 머리기사로 다루지만 인터넷은 ‘한·중 겹사돈’ 소식으로 뜨겁다. 한국 누리꾼이 ‘(중국 배우 가오쯔치와 결혼하는) 채림을 보내고, 탕웨이를 맞는다’는 글을 올리자 중국 ‘왕민( 民, netizen)’은 ‘전지현이나 송혜교라도 보내라’라며 응수했다고 한다.

‘영화 만추의 김태용 감독과 그의 히로인 중국 배우 탕웨이가…’(ㅁ 방송) 둘의 결혼 소식을 전한 ‘앵커 멘트’이다. ‘감독과 그의 히로인’이란 표현이 왠지 영화적으로 다가오지만 여주인공은 ‘히로인’이 아닌 ‘헤로인’이어야 한다. 남자 주인공은 ‘히어로(hero)’, 여자 주인공은 ‘헤로인(heroine)’이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여걸, 여장부’라는 뜻의 영어 ‘heroine[h rouin]’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헤로인’이다”.(국립국어원 누리집)

‘헤로인’ 자리에 ‘히로인’이 널리 쓰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마약(헤로인, heroin)과 발음이 같아서 꺼리는 게 아닐까”, “‘히어로’이니 ‘히로인’으로 미루어 짐작한 것”, “일본의 만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에 자주 등장하는 ‘여주인공(히로인 ヒロイン)’의 영향일 것이다. 일본에서는 마약의 한 종류를 ‘헤로인(ヘロイン)’으로 구별해 쓴다” 따위일 것이다. “‘헤로인’이 맞는 줄 몰랐다”처럼 싱거운 답도 빼놓을 수 없다. 뉴스 검색 결과는 여주인공의 뜻으로 ‘히로인’(1270건)이 ‘헤로인’(5건)보다 훨씬 많이 쓰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구글 검색) 여주인공 ‘헤로인’의 자리, 어떻게 찾아 줄 수 있을까.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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