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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명수의 사람그물] 김득중의 뒷배가 되어야 하는 이유

등록 2014-07-07 18:28수정 2014-07-08 07:40

이명수 심리기획자
이명수 심리기획자
세월호 국정조사 현장에서 어느 의원은 참관한 유가족에게 삿대질까지 해가며 ‘유가족이면 좀 가만히 있어’라고 윽박질렀다. 아득한 장면을 보면서 뜬금없는 생각들이 이어졌다. 만일 씨랜드 참사 유가족 중 한명이 국회의원이 되었다면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까. 가혹한 왕따 행위로 군에서 죽은 아들이 있는 부모가 국회의원이 되었다면 총기 사고를 줄일 수 있었을까. 장담할 순 없지만 그런 사고가 줄거나 막아졌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들은 절절함의 정도가 남달라서 그렇다. 당사자들이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호소하고 애원해도 바뀌지 않는 건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감하지 못하니 실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신분석에서 자기 문제에 대한 깨달음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책 보면서 ‘내가 이런 콤플렉스가 있었구나’ 알게 되는 지적인 깨달음. 그런 앎은 아무 소용이 없다. 사람을 한 치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둘째는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감정적 충격을 동반한 정서적 깨달음. 사람은 그런 때 변한다. 움직인다. 알아서가 아니라 느껴서다. 그래서 가장 밀접하게 느끼는 사람이 가장 빠르게 변한다. 용산참사, 쌍용차, 강정, 밀양의 직접적인 관련자가 국회의원이 되었다면 지금처럼 그 사안들이 방치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감하고 공감하는 정도가 남다르니 당연하다.

그럼 억울한 일이 있는 사람은 다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나 따위의 논리적 딴죽으로 미리 단정짓진 말자. 아무리 많은 사람이 공감을 하고 목소리를 높여도 제도권 안에서 응답이 없을 땐 가장 절박하게 느끼는 당사자들이 나설 수도 있다. 그게 뭐가 문제인가.

그런 점에서 평택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진보정당 단일후보로 나선 무소속 김득중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쌍용차 해고자들이 주요 조합원인 쌍용차지부 지부장이다. 그는 쌍용차 해고노동자가 아니라 ‘살아남은’ 해고노동자다. 해고된 지 햇수로 6년, 그동안 25명의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이 목숨을 잃었다. 오죽하면 선거 구호가 ‘목숨 뺏는 정치 끝내겠습니다!’이겠는가. 살아남은 해고자들은 그동안 온갖 방법으로 호소하고 애원했다. 목숨을 건 단식도 했고, 특수부대원처럼 부산까지 한달음에 내달리기도 했고, 15만V 송전탑에도 올랐다.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한뎃잠을 자며 19개월간 문상객을 맞기도 했다. 지난 2월, 긴 법정 싸움 끝에 항소심에서 2009년의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아냈지만 사 쪽의 상고로 인고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고자들의 몸을 옥죄는 밧줄 같은 경제적 고통은 상시적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외면하거나 시늉만 했다. 더 이상 그들에게 기대지 않고 직접 해고자 국회의원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누군가의 말처럼 쌍용차 문제는 노동계의 세월호 참사다. 해고자들의 복직은 물론이고 정리해고, 비정규직, 손배가압류 문제가 구조적으로 해결되어야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다.

평택에서 나고 자라 평택에 있는 자동차 공장에 다녔던 9남매의 막내라는 이 선한 40대 미중년이 정치인으로서 적합한 자질과 능력을 가졌는지 그건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의 목숨을 귀히 여기는 자질과 공감력의 측면에서 김득중이란 사람은 검증이 끝난 최고의 능력자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축구에서 승부차기를 할 때 나머지 선수들은 공 차는 선수 뒤에 서서 어깨동무를 하고 기를 불어넣는다. 그럼 넣는다. 그런 심정으로 노동자 후보 김득중을 응원한다. 우리의 목숨과 미래를 위해서 그런 뒷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명수 심리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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