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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6자회담은 왜 공전하는 것일까 / 진징이

등록 2014-07-20 18:35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6자회담은 동북아시아의 관련 국가들이 사상 처음으로 마련한 만남의 장이다.

6자회담 시작의 배경으로 미국 9·11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9·11 사건 전만 해도 미국은 인권, 파룬궁, 티베트 문제 등을 제기해 급부상하는 중국을 ‘악마화’시키면서 위협론을 부추겼다. 9·11 사건이 나던 해에는 미-중 군용기 충돌사건까지 터졌다. 미국은 유아독존식 일방주의로 중국을 몰아붙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9·11 사건이 터지면서 중-미 관계에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국제적 테러’라는 초유의 적에게 강타당한 미국은 중국을 압박할 여력이 없어졌다. 협력이 필요했다. 중-미 관계는 역사상 가장 좋은 밀월 단계에 들어섰다. 대륙과 대만 관계도 이때 급속히 가까워졌다. 6자회담은 이 흐름을 타고 ‘고고지성’을 울린 것이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을 맡았다. 미국은 중국에 역내 질서 구축의 주도권을 맡기는 듯했다. 6자회담은 불과 2년 만에 9·19 공동성명을 도출해 새로운 동북아의 밑그림을 그렸다. 미-중 밀월 관계가 동북아에 훈풍을 몰아오는 듯했다.

그렇지만 6자회담은 순탄치 않았다. 당장 9·19 공동성명이 발표되자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을 터뜨렸다. 그 뒤에도 여러차례 굴곡을 겪다 결국엔 5년 넘게 빗장을 걸어 잠갔다. 누구 탓일까? 북한과 미국은 책임을 상대에게 돌린다. 6자회담을 새로운 질서 구축의 힘겨루기로 볼 때, 쉽게 타결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일 수도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 막을 내리면서 미국은 또다시 중국을 목표물로 삼았다. 중국은 그간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했다. 미국은 9·11 사건 전으로 돌아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펼치면서 중국을 포위, 견제하려 한다. 하지만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에 동맹국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그 총대는 일본이 멨다. 일본은 미국에 힘을 빌려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를 등에 업고 좌충우돌한다. 미국은 무엇을 추구하는 것일까?

예나 지금이나 미국이 드팀없이 추구하는 것은 패권이다. 패권이란 다른 나라를 조종하고 통제하는 지위이다. 패권을 추구하는 미국에 9·19 공동선언이 그린 새로운 동북아는 결코 반가운 존재만은 아닐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체제는 미국의 패권과 상극일 수 있다. 미국은 지역에 분쟁이 있어야만 자기가 조종하고 통제할 수 있는 세력을 결집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6자회담이 지금껏 공전하고 있는 데엔 북한 요소가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의 패권 전략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바마 2기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장장 5년 넘게 미국은 북핵 문제에 ‘허송세월’했다. 전혀 급함이 없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중국이 동분서주해도 마이동풍이다. 중국이 주도하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제재와 봉쇄에 결정적인 힘을 보태라며 중국의 구실을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미·중이 다른 문제와 달리 북핵 문제에서는 공조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근대 이후 동북아의 몇 차례 질서 구축은 모두 한반도를 축으로 이뤄졌다. 이번도 예외가 아니다. 북핵을 매개로 질서 구축의 줄다리기가 이뤄지고 있다. 미-중의 전략적 갈등은 북핵 문제에서 집약적으로 표출됐다. 미국은 북핵 문제에 기대어 중국 견제구도를 이뤄왔다. 이는 중국이 북핵을 결사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북아는 6자회담으로 새로운 질서 확립을 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인가. 6자회담 밖의 ‘합종연횡’은 뭘 의미하는 것일까? 동북아는 다른 지역과 달리 신흥대국들이 부상하면서 급속히 역학구도가 변하고 있다. 그 지각변동이 ‘합종연횡’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6자회담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가. 근대 이후 동북아는 열전이나 냉전에 의해 질서가 좌우됐다. 이제 동북아는 전쟁이 아닌 평화로, 대결이 아닌 대화로 평등·호혜의 협력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6자회담은 이를 실현하는 가장 유효한 장이다. 6자회담이 사라지면 동북아의 협력 질서도 그만큼 멀어질 것이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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