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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방방곡곡 / 강재형

등록 2014-07-20 18:38

여느 때보다 늦게 나온 매미가 이곳저곳에서 울어대기 시작할 무렵, 재보궐선거 벽보가 여기저기 붙기 시작했다. 온라인 곳곳에서는 ‘SNS로 효도라는 것을 해보자’는 이름을 내건 어느 후보 딸의 트위터가 화제다. 동네방네 사방팔방 주유하며 지내는 선배는 ‘우리 강토 면면촌촌 골골샅샅 삼천리 곡곡 갈 데까지 가보겠다’ 호기를 부린다. 증권가에 불어닥친 감원 바람에 거리로 내몰린 후배는 ‘나 같은 이가 도처에 널려 있다’며 오늘도 구직 활동에 진땀 흘린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여러 곳의 문화를 두루 살피고 싶다’던 학생의 꿈은 ‘스펙 쌓기’ 현실에 밀려 뒷전이 되었다. 올해 초 아나운서가 된 새카만 후배의 메일 군데군데에는 칠전팔기의 과정이 옹이처럼 드러나 있었고.

이곳저곳, 여기저기, 곳곳, 동네방네, 사방팔방, 곡곡, 도처, 각지, 여러 곳, 군데군데…. 뜻 차이는 있지만 쓰임 폭을 넓게 잡으면 비슷한말이다. 사전은 한자어인 면면촌촌(面面村村), 토박이말인 골골샅샅도 같은 뜻으로 제시한다. 모두 방방곡곡과 동의어, 유의어인 표현이다. 방방곡곡은 ‘여러 마을(坊, 동네 방)’과 ‘산천과 길의 굽이굽이(曲, 굽을 곡)’의 한자를 반복해 만든 말이다. ‘전국 방방곳곳 이색 갈비 소개’(ㅈ일보), ‘쉬는 동안 맛집 찾아 방방 곳곳 여행’(ㅁ경제), ‘방방곳곳으로 여행 계획하는 7월말, 고속도로 전쟁’(ㄴ뉴스)처럼 ‘방방곳곳’도 제법 쓰인다. ‘곡곡’이 ‘곳곳’으로 탈바꿈한 바르지 않은 표현이다. ‘방방 곳곳’처럼 띄어쓰기하면 괜찮을까. 표준국어대사전은 ‘방방’을 ‘곳곳’(여러 곳 또는 이곳저곳)의 북한어로 설명한다. 남한에서는 이 뜻으로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방 곳곳’ TV 모니터, 세컨드 TV로 급부상”(ㅈ신문)은? (티브이 수신이 가능한 모니터 값이 내려가면서) 티브이를 ‘방마다’(방방, 房房) 설치하는 집이 많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이니 재치 있는 제목 뽑기다.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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