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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남과 북 손잡아야 인천대회 성공한다 / 양무진

등록 2014-07-21 18:44수정 2014-07-21 21:36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지난 17일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인천아시안게임 참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판문점에서 남북체육실무회담이 열렸다. 북쪽은 선수단과 응원단의 규모, 왕래 경로와 수단 등 6개항을 제시했다. 우리 쪽은 대회 규정과 국제관례에 따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담은 결렬됐다. 남과 북은 결렬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했다. 대립과 대결의 남북관계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회담 결렬의 배경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회담에 임하는 자세다. 북쪽은 우리 쪽이 아무런 설명 없이 회담을 2시간 이상 지연시켰다고 주장한다. 회담에서 지연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지연은 상대를 초조하게 만들기 위한 전술일 때도 있고 최고 정책결정자의 결정이 늦은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쪽은 북쪽이 일방적으로 퇴장했다고 주장한다. 일방적인 퇴장도 벼랑끝 행동으로서 협상전술의 하나다. 회담 지연은 우리 쪽의 결정이 늦었고, 일방적 퇴장은 북쪽의 결정이 빨랐다. 남북한 모두 최고지도자가 회담에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무회담은 정상회담과 다르다. 최고지도자는 실무회담에 관심을 가지되 관여는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선수단과 응원단의 규모다. 북쪽은 역대 최대 규모를 강조한다. 우리 쪽은 적정 규모를 선호한다. 북쪽은 인천아시안게임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각각 350여명 등 총 700여명을 보내겠다고 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북쪽 선수단은 360여명이었고,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에 북쪽 응원단은 300여명이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북쪽 선수단과 응원단 규모는 그리 문제될 것이 없다. 우리 쪽이 선수단과 응원단 규모에 문제를 제기했다면 근시안적 접근임에 틀림없다.

셋째, 한반도기와 인공기 문제다. 북쪽은 깃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우리 쪽이 제기했다면 그리 잘한 일은 아니다. 아시안게임 기간에는 선수촌과 경기장에 모든 참가국의 깃발을 게양한다. 경기장에 크고 작은 한반도기가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깃발의 크기·개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넷째, 대회 규정과 국제관례에 따른 지원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는 개최국이 각국 선수단 50여명에 대해 체류비 등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응원단에 대한 지원 여부를 명확히 한 대회 규정 등은 없다. 국제사회는 초청자 쪽이 일정 부분 부담하는 것이 관례다. 북쪽 응원단 문제는 국제관례보다 남북한의 관례가 중요하다. 회담을 하든 행사를 하든 주최 쪽이 부담하는 것이 남북한의 관례다.

남과 북이 손잡아야 인천아시안게임이 성공한다. 아시안게임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저조하다. 국제사회와 국민들의 눈높이는 아시안게임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있다. 아시안게임이 실패하면 그 부담은 국민들의 몫이다. 흥행을 위한 특단의 조처가 시급하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에 대한 지원비 규모는 30억 정도 예상된다. 북한 응원단이 온다면 수천억원의 효과가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남남갈등을 우려한다. 그러나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2005년 인천아시아육상경기대회를 치르면서 남남갈등은커녕 남북한이 하나됨을 보여줬다. 일부에서는 우리 축제에 북한 체제 선전의 장을 만들어준다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가서는 안 된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은 대부분은 미래 세대들이다. 우리가 만든 무대에서 남북의 미래 세대가 함께 평화의 춤을 춘다면 그것이 바로 통일대박의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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