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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순수의 시대

등록 2014-08-18 18:37

한국 사회는 정치나 사회 문제에 관심을 드러내는 예술가에게 가혹하다. ‘정치색’이 드러나는 작가, 방송인, 가수, 배우는 언제든 대중의 도마에 올라 난도질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극심한 불통의 정치를 비롯해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이 극단적인 이분화 프레임에 갇힌 사회일수록 ‘비정치적’ 입장이 은밀히 강요된다. 그래야만 ‘살아남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비정치적’이어야 한다는 오래된 관념이 아직도 지배적이고, 그 이면엔 ‘비정치성=순수’라는 관습적 사유가 있다. 그러나 통찰력 있는 예술가들이 일찍이 간파했듯이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태도 자체가 이미 정치적인 것이다.

타락할 대로 타락한 정치지형이 노골화된 시대를 살수록 ‘순수’는 오염되기 쉽지만, 그래도 순수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한 시대 가장 ‘순수한’ 예술은 기성 질서에 수동적으로 종속되지 않는 능동적인 자기갱신과 변화를 스스로에게 요구한다. 이것은 모든 ‘순수한’ 예술의 내적 요청이다. ‘순수한’ 예술은 존재론적으로 동시대 가장 아픈 사람들과 연대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자유롭고 충만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예술이 지향해야 할 중요한 ‘순수성’이기 때문이다. 순수의 사전 뜻은 ‘사사로운 욕심이나 못된 생각이 없음’이다. 자신의 이익과 상관없이 이 시대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들과 함께 손잡고 단식하고 노래하고 시를 읽고 노란 리본 스티커를 붙이며 ‘순수’가 자란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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