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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희망버스 시인

등록 2014-08-20 18:51수정 2014-09-01 22:40

“나는 작가다. 모든 작가는 ‘정치에 거리를 두려는’ 충동을 느낀다. 평화롭게 책을 쓸 수 있도록 내버려두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이상은 기업형 슈퍼마켓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는 구멍가게 주인들의 꿈보다도 실현 불가능한 것이 되고 있다.” 1938년 조지 오웰이 독립노동당에 입당하며 쓴 글이다. 작가이자 언론인이었던 조지 오웰처럼, 불의에 대한 저항은 많은 작가에게 중요한 문학적 동기가 되어 왔다. 그런 작가 중 하나인 송경동 시인이 법원으로부터 ‘국가와 경찰에 15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2011년 ‘희망버스’ 집회 참가자에게 송 시인이 불법행위를 권유해 경찰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는 평화롭게 시를 쓸 수 있는 세상을 진심으로 바라기에 거리로 나선 시인이다. 그런 시인에게 죄를 물었다. 가난한 시인이 1500여만원이라는 거액을 배상해야 하는 것도 큰일이지만, 이 판결의 진짜 문제점은 ‘희망버스’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선동에 휘말린 ‘우매한 대중’으로 모욕하고 있다는 점이다. ‘희망버스’를 이끈 힘은 ‘사람으로서 이대로 보고 있을 수 없다’는 보편적 휴머니즘이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이웃의 손을 잡고자 하는 절박함에 공감한 시민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모였었다. 법관이여, 법의 이름으로 공권력을 편드는 관습이 부끄럽지 않은가. 디케의 저울에 올려야 할 것은 정의에 대한 존경과 사회적 약자를 지키는 지혜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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