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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경제를 살린다고…, 누가? / 박순빈

등록 2014-08-21 18:43

박순빈 논설위원
박순빈 논설위원
요즘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이름값이 대단하다. 그가 취임하자마자 ‘최노믹스’, ‘초이노믹스’니 하는 새 정책 상품이 등장했다. 최 부총리가 지금 받고 있는 대접은 우리나라 역대 임명직 경제관료 중에 전례가 없다.

국정 책임자의 이름을 따 ‘-노믹스’라고 부르려면 정책 방향이 획기적이거나 바탕에 깊이있고 일관된 논리가 깔려 있어야 한다. 최 부총리의 경우 과감하고 저돌적인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다. 취임 한달여 만에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41조원 규모의 재정 보강 계획, 기업과 가계의 소득 환류를 목표로 한 세제개편안 등 굵직한 정책들을 쏟아냈다. 영리병원 허용 등 찬반 논란이 뜨거운 내용을 담은 ‘서비스산업 활성화 방안’도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이끌어낸 것도 최 부총리의 영향이 컸다. 곧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까지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이처럼 정신없이 쏟아지는 최경환표 경제정책들을 한 묶음의 철학과 방향으로 포장할 수 있을까? 최 부총리 스스로 말하기로는 단지 지표상의 성장이 아닌 ‘가계소득의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데서 차별성을 내세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개별 정책들이나 최 부총리의 발언들을 분석해보면,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이어져온 정책 궤도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경기 띄우기에는 더 노골적이다.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 집값 떠받치고 금리 부담을 줄여줄 테니 ‘빚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기고 있다. 이렇게 하면 반짝 경기상승 효과를 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미 위험수위에 이른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켜 전체 민간소비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 집 없는 서민한테는 내집 마련의 꿈을 더욱 멀어지게 하고 전·월셋값 상승으로 주거비 부담만 커지게 할 게 뻔하다. 한마디로 서민과 중산층을 ‘빚의 덫’, ‘집의 노예’에 빠져들게 하는 정책이다.

최 부총리는 취임 뒤 여러 차례 우리 경제의 일본화 가능성을 경고한다. 우리 경제가 90년대 자산거품 붕괴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던 일본의 쓰라린 전철을 따라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도 최 부총리의 이런 경고에 추임새를 넣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제전문가들한테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해 이런 진단서를 발표했다. ‘저성장이 현실화하면서 일본의 장기불황을 답습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

최근 며칠 사이에는 여당에서 나오는 엄포성 발언이 더 요란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경제는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고 성장의 엔진이 꺼져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날에도 “국회가 세월호에 묶이는 동안 경제침체의 위기를 탈출할 절체절명의 기회가 눈앞에서 사라질 위기”라고 말했다. 아예 우리 경제가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다고 못박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잉진단이며 정치적 목적의 ‘공포 마케팅’이다. 한국은행이나 통계청이 발표하는 각종 통계를 보면, 우리 경제는 비록 완만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경제성장률은 2012년 2.3%에서 지난해 3.0%로 높아졌다. 이어 올해는 한은 전망치가 3.8%, 내년은 4.0%다. 이런 흐름을 장기불황이나 경제위기의 조짐으로 본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우리 경제가 정말 죽게 된 상황이 맞다면 최경환 부총리나 김무성 대표는 더 우스운 꼴이 된다. 경제를 말아먹은 집권세력이 뻔뻔하게도 경제 살리기에 나서겠다는 것 아닌가. 독일의 교과서엔 “국민이 형편없는 정치인을 뽑지 않는 이상 절대 큰 경제위기는 도래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박순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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