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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북한 응원단보다 별그대? / 이춘재

등록 2014-09-10 18:28수정 2014-09-16 10:20

이춘재 스포츠부장
이춘재 스포츠부장
대통령 측근이라고 떠들고 다녀서 뭔가 한 건 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참 싱겁다. 유정복 인천시장 말이다. 그는 지방선거 때 ‘친박’ 마케팅으로 큰 재미를 봤다. 인천시민들은 그를 아시안게임 유치로 떠안게 될 빚더미에서 인천을 구할 구원투수로 여겼다. ‘친박’도 모자라 그 앞에 ‘원조’라는 말이 붙고 그의 출마에 박근혜 대통령이 “잘되길 바란다”고 격려까지 했다니 중앙정부에서 돈 끌어오는 것쯤이야 그에게 식은 죽 먹기처럼 보였다.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을 코앞에 둔 지금 ‘원조 친박’의 활약은 감감무소식이다. 선거 유세 때 큰소리쳤던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커녕 아시안게임의 흥행에 큰 타격을 줄 악재가 발생했는데도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북한 응원단은 누가 뭐래도 인천아시안게임의 ‘빅 이벤트’다. 12년 전 부산아시안게임이 앞서 열린 2002 한일월드컵의 그늘에서 벗어나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연 북한 응원단 덕분이었다. 관중들은 경기가 아닌 북한 응원단을 보려 입장권을 구입했고 그들의 공연에 환호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에서 북한 선수들의 경기에 관중들이 대거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대회조직위원회는 홍보를 위해 특별히 애쓸 필요가 없었다. 북한 응원단은 가는 곳마다 화제를 낳았다.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관심은 2002년 부산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한국갤럽이 지난 2~3일 이틀 동안 전국 성인 685명에게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관심 여부를 물었더니 53%가 ‘관심이 없다’(별로 없다 37%, 전혀 없다 16%)고 답했다. 관심이 있다는 반응은 45%에 그쳤다. 부산아시안게임(65%)에 비해 20%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대회 개막이 열흘도 채 안 남았는데 입장권 예매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흥행에 비상이 걸려도 단단히 걸렸다. 참다못한 인천시민들이 유정복 시장의 분발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아시아경기대회 남북공동응원단은 “북한 응원단 파견 취소로 대회 흥행이 반토막나게 생겼다. (유 시장이) 박 대통령을 직접 만나 설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조차 “몇년 만에 한 번 오는 기회인데 이를 살리지 못하는 정부 당국이 참 무능하다”고 거들고 나섰는데도 당사자인 유 시장은 묵묵부답이다.

인천은 유 시장을 대신할 구원투수를 찾고 있다.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끌어올 ‘한류’ 주역들이다. 중국 대륙에서 22억명의 누적 시청자를 기록했다는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가 대표적이다. 대회조직위는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김수현을 개막식에 출연시킨다. 인천도시공사는 아예 드라마 촬영지인 송도 석산, 인천대, 인천시립박물관 등을 돌아보는 관광상품을 만들었다. 유커의 위력은 관광수입에서 확인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관광수입이 16억달러(약 1조64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51%)을 넘었다.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는 인천아시안게임이 막바지에 이르는 10월1일에 시작된다. 열흘 동안의 연휴 기간에 한국을 찾을 유커를 최대한 인천으로 끌어온다는 게 대회 조직위의 바람이다.

하지만 한류 열풍이 인천의 구원투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월드컵과 올림픽, 아시안게임 같은 스포츠대회의 흥행 여부는 자국민이 얼마나 경기장을 찾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 응원단 파견 무산은 인천아시안게임의 최대 위기다. 엄청난 빚더미 속에서 치러지는 대회라 더욱 그렇다. 극적인 반전은 기대하기 어려운 걸까.

이춘재 스포츠부장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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