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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컨트롤타워’ 없는 나라 / 황재옥

등록 2014-09-15 18:31

황재옥 원광대 초빙교수·평화협력원 부원장
황재옥 원광대 초빙교수·평화협력원 부원장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구조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세월호 침몰 뒤 국가안보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일반 국민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에 크고 작은 국내외 사건·사고가 실시간으로 보고되고, 그 가운데 정부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곧바로 상부 보고와 지시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300여명의 희생자를 낸 대형 사고를 두고 국가안보실이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하니 기가 막힌다.

청와대는 세월호 사고뿐 아니라, 대북 문제와 관련해서도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최근 확인됐다. 인천아시안게임에 북한 응원단이 참가하는 문제를 두고 통일부와 국방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는데 청와대는 교통정리를 하지 않고 있다. 두 부처 사이에서도 ‘와전이다’, ‘오해가 있었다’고 하는 해명이 없다. 회담장 안에서 우리 정부 대표가 북한 응원단이 가능한 한 오지 않도록 유도하는 언행을 했고, 이에 북측이 남측 태도를 비난하면서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는 얘기가 체육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는 최근까지 공식적으로 “북한 응원단이 오겠다면 반대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무엇이 진실인가.

국방부는 통일부를 넘어선다. 국방부는 북한 응원단이 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국방일보>에 실었다. “북한 응원단은 미인계를 앞세운 정치선전대다. 그들이 오면 친북정서가 일어나고, 그래서 남남갈등이 심화될 것”이라 했다고 한다. 친북정서나 남남갈등 문제는 국방부의 영역인 전방의 일이 아니다. 후방의 민심이 친북 쪽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 일은 국가정보원 몫이다.

국방부는 북한의 군사동향에 대처하기도 바쁠 텐데 무슨 여유로 국가정보원 일에까지 나섰을까? 최근 바람 잘 날 없이 터지는 병영 내 구타·자살 사건 때문에 아들을 둔 엄마들의 마음은 정말 불안하다. 자기 코가 석자인데, 통일부를 난처하게 만드는 일까지 하고 있으니 난감하다. 국방부가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실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통일부의 내심과 공식 입장이 차이 나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문제지만, 국방부가 통일부의 공식 입장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한 것은 더 큰 문제다. 도대체 북한 응원단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국민은 물론이고 국제사회도 우리 정부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 것이다.

공자는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라는 정명론(正名論)을 얘기했다. 임금은 임금 구실을, 신하는 신하 구실을, 아버지는 아버지 구실을, 자식은 자식 구실을 다해야 하는 것처럼 각자가 자기 본연의 구실에 충실할 때, 나라 정치가 제대로 선다고 했다. 이에 비춰 볼 때, 지금 이 나라의 정부 부처들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제구실을 뺏기고도 가만히 있는 부처가 있는가 하면, 남의 영역을 건드리면서도 막상 원래 자기 일은 소홀히 함으로써 연일 사건·사고 소식을 쏟아내는 부처도 있다. 그런데 더 희한한 것은 이런 일에 대해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사전 조율이나 사후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는 징후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자 말씀을 빌리자면, 대통령이 대통령의 본분을 다하고 있지 않아 휘하 부처들이 난맥상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답답하다. 하루빨리 ‘군’(君)과 ‘신’(臣)이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주기를 바란다.

황재옥 원광대 초빙교수·평화협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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