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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3M / 강재형

등록 2014-09-28 18:32

어느 대기업 사장이 시설 담당자를 불러 호통쳤다. “우리가 테이프 만드는 회사인가? 안내판 표기 제대로 못 하면서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어찌 만들 수 있겠는가!” 주차장 천장 높이 안내판의 ‘3M’이 문제였다. 이것은 다국적기업의 회사 이름이고, 단위로 해석하면 ‘3메가(M, 백만)’가 된다. 안내판은 ‘3m’로 바로잡혔다. 그 일은 사내 문서는 물론 소비자를 위한 제품 설명서도 쉽고 바른 문장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단위를 밝히는 기호는 전문 영역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바루어 써야 ‘뒤탈’이 없다.

도량형 표준화의 공식적인 움직임은 1789년 프랑스대혁명에 즈음해 시작되었다. 토지 면적을 줄여 세금을 적게 내려는 귀족의 꼼수에 맞서기 위한 필요성 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1791년 프랑스 국민회의는 과학아카데미에 십진법에 기초한 측정법을 보고하도록 했다. 길이에 미터(m), 무게에 킬로그램(㎏), 시간에 초(s, second)를 기준으로 삼은 ‘엠케이에스(MKS) 시스템’은 여기에 기초를 두고 있다. 국제단위계(SI)는 1960년 국제 도량형 총회에서 결정되었다.

국제단위계의 기본 단위는 길이(m, 미터), 질량계(㎏, 킬로그램), 시간(s, 초), 전류(A, 암페어), 온도(K, 켈빈), 물질량(mol, 몰), 광도(cd, 칸델라)의 일곱 개다. 단위 기호와 접두어는 로마자 소문자로 쓰는 게 원칙이지만 고유명사(인명)에서 온 경우에는 대문자를 허용한다. 넓이(㎡)는 ‘제곱미터’, 부피(㎥)는 ‘세제곱미터’로 읽는다. ‘평방’과 ‘입방’은 쓰지 않는다. ‘m/s’의 이름은 ‘미터 매 초’이지만 읽을 때는 ‘초당 *미터’라 하면 된다. “사고 당시 차량 속도는 ‘백삼십칠 킬로미터 퍼 아워(137㎞/h)’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걸그룹 ‘레이디스코드’ 교통사고 조사 결과를 전한 ㅇ케이블의 한 대목이다. ‘퍼’(per)와 ‘아워’(hour)는 영어이다. ‘시속 137킬로미터’라 해야 시청자가 이해하기 쉽다.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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