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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외모와 연애

등록 2014-10-08 18:32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지하철에서 좋아죽는 커플을 봤다. 한 손으론 책을 안고 다른 손으론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바라보고 말하고 끄덕이고 응응… 꽁냥꽁냥… 두 사람 눈에서 하트가 뚝뚝 떨어진다. 이뻐서 한참 봤다. 마침 그들이 서 있는 지하철 내부 벽엔 성형외과 광고가 붙어 있다. 마치 모든 여자들은 외모를 뜯어고쳐야 당당한 자신이 되고 연애에 성공한다는 식의 낯 뜨거운 문장들로 도배되어 있다. 이 도시엔 강박증에 걸린 외모지상주의가 넘쳐난다.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 되기 위해 가꾸어야 할 많은 것 중 외모는 일부일 뿐이다. 우린 알고 있지 않은가. 외모가 잘나야 연애를 하는 게 아니다. 콩깍지 씌듯 마음에 뭔가 씌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이 사람’을 향해 마음이 질주하는 게 사랑에 빠진 상태다. 외모는 ‘바로 이 사람’을 이루는 많은 요소들 중 하나일 뿐. 물론 외모가 가장 강력한 매력이어도 좋지만 불행히도 외모는 시간과 함께 가장 빨리 쇠락한다. 자기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젊음과 외모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평생 불안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늙는 것은 당연하고 미모는 필연적으로 쇠잔해지는 것이므로. 집착은 부자유를 낳고 부자유는 불행감과 연결된다. 사람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보통의 외모에서도 ‘오직 그 사람’의 것인 빛나는 아름다움을 발견해낼 수 있는 사람만이 좋은 사랑을 할 수 있다. 사랑에 빠진 평범한 외모의 커플이 별보다 이쁘게 반짝거린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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