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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주식 거품’은 없다 / 딘 베이커

등록 2014-10-26 18:47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최근 주식 가격이 요동치자 많은 이들은 시장이 다시 거품에 휩싸인 게 아닌지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공포는 두 가지 이유로 부적절하다. 우선 주가가 특별히 높지 않다.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로 보정해 보면, 2007년 절정이었을 때와 지금이 거의 비슷하다. 두번째로 2000년과 달리 지금은 주식 시장이 경제를 이끌고 있지 않다.

첫번째 요점은 간단하다. 만약 다른 조건들이 같다면, 주식 가격은 경제 성장에 맞춰 상승한다고 기대할 수 있다. 에스앤피(S&P)500 지수는 2007년 정점일 때 1560을 조금 웃돌았다. 지난 7년 동안의 물가상승률은 8%가 조금 넘었다. 만약 경제가 추세대로 2.4% 성장했다면, 오늘날 경제 규모는 2007년보다 18% 정도 커졌을 것이다. 2007년 정점 때의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추세를 적용한다면, 오늘날 주가는 거의 28%나 올랐을 것이다. 그렇다면 에스앤피500 지수가 200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 된다는 뜻인데, 이는 최근 수준보다 약간 높은 정도다. 즉 주식 시장이 2007년보다 지금 더 거품에 휩싸여 있다고 생각할 이유가 많지 않음을 시사한다.

현재 주식 가격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하는 다른 요소는 대체자산으로 거둘 수 있는 수익이다. 2007년에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5%에 근접했다. 요즘보다 2%포인트 이상 높다. 2007년에 물가상승률은 다소 높았지만, 이는 최대로 쳐도 지금과 1%포인트 정도 차이일 뿐이다. 그리고 요즘 금리는 거의 0%에 가깝지만, 2007년에는 단기예금 금리로 5%를 받을 수 있었다. 여러 맥락을 고려하면 지금 주식 시장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이와 대조적으로, 2000년의 주식 시장은 당시 경제를 고려해보면 오늘날보다 40% 정도나 가격이 높았다. 당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6%가 넘었으며, 단기 금리도 그보다 그리 낮지 않았다. 당시엔 주식 보유보다 수익률이 높은 대안들도 있었다. 더 중요한 점은 당시에는 주식 시장이 경제를 견인했다는 점이다. 인터넷 신생 기업들이 수익을 어떻게 낼지도 모르면서 아이디어만으로 수억 또는 수십억달러를 끌어모을 수 있던 때였다. 요즘 소셜미디어 붐도 같은 측면이 있지만, 경제에 그만큼 중요한 영향은 미치진 못한다.

주식 거품의 또 다른 측면은 소비에 미치는 충격이었다. 당시에는 수조달러에 이르는 거품 재산에서 나온 부의 효과가 소비 붐을 이끌었다. 저축률은 주택 가격 거품이 정점일 때 2%를 약간 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현재 저축률은 5%를 약간 웃돈다. 역사적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낮은 편이지만,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주가가 10~15% 더 떨어진다고 해도 저축률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주식 시장과 경제의 관계는 중요한 문제다. 1990년대 후반에 그러했듯이, 주식 시장이 경제를 좌우하는 상황이라면 연준이 시장을 억제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거품이 터질 거라면 거품이 클 때보다 작을 때 터지는 게 피해를 줄이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 시장을 손본다면, 특히 금리 인상 수단을 사용한다면, 낮은 경제성장과 높은 실업률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노동 시장이 지속적으로 침체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고금리는 경제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어갈 것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주식 시장 평가의 정도를 따르고 있다. 지난여름에 그는 소셜미디어와 생명공학 같은 부문의 주가가 경제 토대(펀더멘털)와 부합하지 않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정크본드(투자 부적격 채권)들의 가격에 위험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도 말했다. 연준으로서는 공공 부문과 시장 참가자들에게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궤도를 벗어난 자산 가격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경제 성장과 고용 증대에 초점을 맞춘 통화정책을 지속해야 한다. 있지도 않는 거품을 터뜨리는 통화정책을 사용하려 하면 수억명의 노동자들에게 높은 실업률과 낮은 임금이라는 고통을 주게 될 것이다. 이번만은 연준이 일을 제대로 하는 듯 보인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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