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숨진 신해철의 빈소가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조용필, 한대수, 싸이 등 많은 선후배·동료 가수·방송인들이 빈소를 찾아 신해철을 추모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명복 빌기에도 모자라는 지금, ‘소문’ 퍼뜨려야 하나
개인 진료 정보 엿보려는 정부·보험사부터 경계해야
개인 진료 정보 엿보려는 정부·보험사부터 경계해야
[한겨레 프리즘]
검찰과 경찰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개인의 의료 정보를 하루 평균 2600여건씩 받아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국민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동안 범죄를 예방하거나 범죄자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시시티브이’(CCTV) 촬영 화면이나 ‘전자우편’과 ‘카카오톡’의 대화 내용도 압수수색 해오고 있다가, 이제는 건강보험 가입 정보를 비롯해 병·의원에서의 진료기록마저 검경이 들춰보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해야 했다. <한겨레>도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지난 17일치 1면 머리기사로 이를 다루면서 비판했다.
건강보험 가입 정보를 보면 어떤 회사를 다니는지,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부양하고 있는 가족은 누군지까지도 알 수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뒷조사하면서 혼외 아들로 지목된 아이의 생모인 임아무개씨의 건강보험 가입 정보를 청와대가 보건복지부를 통해 알아봤다는 사실도 지난 5월 <한겨레>가 취재해 1면에 내보낸 적이 있다.
가입 정보도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 진료 정보를 공개한다면 어찌될 것인가? 누구나 알아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 질환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진료 정보를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정신건강과를 찾아서 ‘요즘 왜 이리 우울한지요?’라고 상담한 사실이 알려지고, 산부인과를 찾아 ‘생리불순이 왜 있나요?’라고 묻고 진찰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고, 발기부전 치료를 받는 남성의 신원이 공개된다면? 그것이 내 정보라면, 어떤 이유에서든 진료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당연히 분노할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그동안 건강보험의 진료 정보를 민간보험사가 활용하거나, 한 병원의 진료 정보를 이용해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많은 시민단체들과 국민들은 우려하고 반대했다. 심지어는 건강보험에 쌓인 진료 정보를 연구에 활용하는 것에도 개인들의 진료 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엄격한 절차를 두고 있다. 이르면 11월 안에 임명될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전 서울대병원장의 경우, 비록 환자들 개개인의 진료 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했지만 진료 정보를 이용한 사업을 추진했다는 이유 등으로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자료도 혹시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은 자신의 진료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엄격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왕’으로 불리던 가수 신해철씨가 지난 27일 세상을 떠났다. 살아생전 최고의 가수 자리에 서 있으면서도 끝없는 실험으로 우리나라의 음악 세계를 한층 넓혔고, 사회문제에 당당한 발언을 하는 가수로도 유명했다. 그를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보낸 것은 우리나라 음악계와 그를 사랑했던 팬들의 큰 슬픔이다.
그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 지금 이 순간, 살아생전 그와 그의 음악을 그리워하고 명복을 비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그런데 지금 일부 언론들은 그가 무슨 치료를 받다가 어떻게 사망했는지에 더 관심이 큰 것 같다. 그와 관련된 소문마저 확산시키고 있다. 슬픔에 빠진 유가족이 그의 죽음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면, 그가 우리 사회에 남긴 음악과 삶의 의미에 대해 충분히 얘기하는 것만으로 그를 보내주자. 자신이 어떤 치료를 받다가 어떻게 사망한 것을 온 국민이 알 필요가 없듯이, 가수 신해철에게도 그럴 권리가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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