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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박 대통령이 효녀일까 / 권혁철

등록 2014-11-04 18:55

권혁철 사회2부 지역데스크
권혁철 사회2부 지역데스크
박근혜 대통령은 효녀였다. 박 대통령은 1998년 4월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하면서 “아버지의 명예를 지킬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아버지의 유업을 받들어 국가에 봉사하라는 뜻으로 알고 큰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한겨레> 1998년 4월3일치)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유업을 계승하려고 정치를 시작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업은 경제발전과 자주국방이다. 자주국방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 꺼낸 것으로 잘못 아는 사람이 있다. 국내에서 자주국방이란 용어를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쓴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그는 1968년 2월7일 경남 하동에서 열린 경전선 진주~순천 구간 개통식 연설을 통해 ‘종래의 미군 중심의 의타적 국방 태세에서 자주적 국방 태세로 전환할 것’을 역설했다.

그가 자주국방을 부르짖게 된 것은 미국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가족은 끔찍한 일을 겪었다. 1968년 1월21일 북한 특수부대가 ‘박정희 목을 따러’ 청와대를 습격했다. 이틀 뒤인 1월23일 미국 정보수집함인 푸에블로호가 북한에 나포됐다. 이 두 사건 처리를 두고 한국과 미국은 갈등을 빚었다. 미국은 청와대 습격사건에는 관심이 없었고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반면 푸에블로호 사건에는 전쟁 돌입 직전 단계인 데프콘2를 발령했다.

화가 단단히 난 한국 정부는 미국한테 작전통제권 환수와 대북 무력보복을 요구했다. 사태 수습 과정에서 두 나라는 앞으로 북한군 침투 대응작전에 대한 통제는 한국군이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은 대북 무력보복은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베트남전 수렁에 빠진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일 힘이 없었다. 한국 정부는 김일성의 목을 따고 주석궁을 폭파해 보복하고 싶었으나 국군 최정예 특수부대원들을 동원할 수 없었다. 이들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1968년 4월 계급도 군번도 없는 민간인들을 모아 실미도 부대를 창설해 김일성 암살훈련을 시켰다.

1969년 미국이 주한미군 7사단의 철수 방침을 밝히자 박 전 대통령은 자주국방 노선을 정책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는 1970년 연두기자회견에서 “북한 단독의 침공에 대해서는 우리 단독의 힘만으로써도 능히 이를 분쇄할 수 있는 자주국방력을 언제든지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며 자주국방의 개념을 정의했다.

박 전 대통령이 내세운 자주국방은 대미 관계까지 포함한 국방체제의 자주성을 뜻했다. 서종철 당시 국방부 장관은 1976년 10월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작전권 이양 시기를 묻는 질문에 대해 “작전지휘권 인수 시기는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려우나 여러가지를 상정, 이 문제에 대한 검토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국군 현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한국은 1976년 이래 전체 군사비가 북한을 앞섰다.(<국방백서 1998> 158쪽) 박 전 대통령은 1977년 국방부 연두순시에서 “우리와 북한공산집단의 전력은 동일 수준에 이르러 이제부터는 우리가 앞질러 가는 단계에 왔다”고 선언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73년 7월20일 국방대학원 졸업식 치사에서 “국방을 남에게 의존하려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우리 국토는 1차적으로 우리의 힘으로 방위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침이라고 최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말했다. 국방을 남에게 계속 의존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이 효녀일까.

권혁철 사회2부 지역데스크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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