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들 사이에 세계문학전집 출간 경쟁이 치열하지만, 정작 ‘세계문학’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부산대 영문과 김용규 교수와 같은 학교 국문과 김경연 교수가 엮은 책 <세계문학의 가장자리에서>는 세계문학 개념을 둘러싼 최근 논의를 담고 있어 유익하다.
흔히 세계문학 개념의 효시로 꼽히는 이는 괴테와 마르크스다. 괴테는 1827년에 “세계문학의 시대가 목전에 와 있으며 모든 사람이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르크스도 1848년 <공산당선언>에서 “민족적 일방성과 편협성은 점점 더 불가능해지고, 수많은 민족 및 지역문학으로부터 세계문학이 일어난다”고 내다보았다. 비교적 최근의 논자로는 이탈리아 출신 비교문학자 프랑코 모레티와 프랑스 비교문학자 파스칼 카자노바가 대표적이다. 특히 카자노바는 <세계문학공화국>(1999)이라는 책에서 ‘세계문학 공간’과 ‘문학의 그리니치 자오선’ 같은 개념을 통해 불평등과 경쟁을 기반으로 삼는 세계문학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괴테가 생각한 세계문학이 여러 민족문학들 사이의 평화적 교류와 소통, 연대라는 순진한 이상에 가까웠다면 카자노바 쪽이 한층 냉정한 현실에 가까운 인식을 보여준다.
그러나 카자노바 역시 유럽과 비유럽 사이에 불평등한 위계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유럽중심주의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그가 생각하는 ‘문학’은 가령 비문자적 구술 문학과 같은 ‘다른 형태’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마르크스주의 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이 제시한 ‘민족 알레고리’ 개념은 시사적이다. 현대 서양문학이 낡은 형식이라며 폄하하는 알레고리가 제3세계 문학에서 개인의 이야기와 집단 경험을 아우르는 공통된 미적 형식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제임슨의 관찰이다. 유럽중심주의와 형식주의에서 벗어난,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계문학의 가능성을 거기서 찾아볼 수는 없을까.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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