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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조슈아 벨과 베스트셀러

등록 2014-11-10 18:37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2007년 조슈아 벨이 미국 워싱턴시의 한 지하철역에서 약 30억원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로 40여분간 연주했다. 그 시간 약 천여명이 그 앞을 지나갔지만 1분 이상 머물러 음악을 들은 사람은 고작 7명 정도. 길거리 악사로 변장한 조슈아 벨의 그날 수입은 27명에게서 받은 32달러17센트가 전부였다. 이 실험을 하기 이틀 전 보스턴에서 열린 조슈아 벨의 연주회는 최하 13만원부터 시작하는 관람권이 전석 매진될 정도로 성황이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이 제안한 이 실험은 시민들의 예술적 감각과 취향 측정이 목적이었다. 사람들은 음악에 대한 이해로 값비싼 콘서트장에 간다기보다 연주자와 연주 장소의 브랜드 가치를 소비한다. 예술의 소비는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 이 뻔한 실험 결과 앞에 대중의 예술소비성향의 부박함 어쩌고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한 꼰대질에 불과해 보인다. 다만 내게 문제적인 것은 상대적으로 싼값에 대중이 비교적 평등하고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책의 구매에서조차 획일적인 거품권위 종속현상이 심하다는 것이다. 좋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마땅히 반길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책이 ‘포장’과 ‘영업’ 덕택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 말이다. “책은 우리 내면에 얼어 있는 바다를 내려치는 도끼 같은 것이어야만 한다”는 카프카의 저 서늘한 전언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독서 취향을 가진 깐깐한 독자들이 베스트셀러 서적 목록에 균열을 내주는 날을 기다린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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