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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포틀래치와 쿨라

등록 2014-11-11 18:40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부족사회를 연구한 <증여론>의 저자 마르셀 모스가 전한 북미대륙 북서부 원주민들의 ‘포틀래치’와 멜라네시아 원주민들의 ‘쿨라’ 풍습은 흥미롭다. ‘포틀래치’는 일종의 ‘선물게임’인데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을 먹이고 선물을 나누어주는 선물증여의 풍습이고, ‘쿨라’는 선물에 대한 답례를 선물을 준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하는 선물교환의 풍습이다. ㄱ에게서 선물을 받으면 그에게 답례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이웃인 ㄴ에게 선물을 하고 ㄴ은 ㄷ에게 ㄷ은 ㄹ에게 선물을 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면 같은 공동체 구성원인 ㄱ에게도 결국 선물이 돌아간다. 선물의 증여와 교환을 통해 평화롭고 기쁜 방식으로 부의 재분배를 이루어간다. ‘누가 더 많이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이 베푸느냐’가 지도층의 덕목이자 의무이기도 한 사회에서 ‘증여의 윤리’는 힘의 윤리이기도 하다. 부족민과 이웃 부족에게 더 많은 선물을 주기 위해 안달하는 부족 최고지도자를 상상해보라. 잉여 있는 자가 자기가 가진 것을 선물하고, 더 큰 선물과 답례를 하는 자가 더 큰 명예를 누린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인간의 품성 속에 베풀고자 하는 성향이 있고 이를 풍습으로 제도화한 사회가 실제로 있었다는 확인만으로도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는가. 소위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나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 대한 힌트를 얻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너에게 선물을 주고 싶고, 나는 너에게 선물이 되고 싶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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