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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국어 영역 / 강재형

등록 2014-11-16 18:38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어려웠다’는 국어 문제 45문항을 훑어보았다. 수험생 시절로 돌아가 보려 했던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까다로운 지문의 양이 꽤 많아서 멀미가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서술어의 자릿수’를 다룬 문제는 낯설었다. 우리말에서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문장 성분의 수’를 굳이 따져야 하나 싶은 생각이 따라왔다. 쉽게 넘길 수 있으리라 예상했던 맞춤법 문제는 만만하지 않았다.

한글 맞춤법에 맞게 쓰인 것은? ①‘엇저녁’에는 고향 친구들과 만나서…, ②…안건은 다음 회의에 ‘부치기로’ 했다, ③‘적쟎은’ 사람들이 그 의견에…, ④…‘깍뚜기’를 먹어 보았다, ⑤저기 ‘넙적하게’ 생긴 바위가…. ‘어제(의)저녁’의 준말은 ‘엊저녁’, ‘적은 수나 양이 아닌’ 뜻의 표기는 ‘적잖은’, 무를 ‘깍둑썰기’로 다듬어 담근 김치는 ‘깍두기’, ‘편편하고 얇으면서 꽤 넓은’ 것은 ‘넓적-’이다. ‘넙적하다’는 ‘넙죽하다’와 같은 말이다. 안건을 회의에 ‘부치다’는 맞춤법에 맞는 표현으로 정답은 ②번이다. ‘부치다’의 뜻과 쓰임은 여럿이다. 편지를 부쳤다, 안건을 회의에 부친다, 편집장이 창간호에 부치는 글, 토론 결과를 비밀에 부치다, 빈대떡을 부쳐 먹다, 실력이 부친다(모자라거나 미치지 못한다), 부채를 부쳐라… 등 이다.

오래전 서울대 본고사 문제가 생각난다. 한자 ‘樂’의 음과 뜻을 쓰라, 이런 문제였다.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수준이었지만 당황한 수험생이 많아서 화제가 된 것이다. 덕분에 웬만한 일반인들도 ‘즐길 락, 노래 악, 좋아할 요’를 한동안 읊고 다니던 때의 기억이다. 이번 국어 영역 문제에 ‘모둠’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초·중등학교에서, 효율적인 학습을 위하여 학생들을 작은 규모로 묶은 모임’을 이르는 말이다. 기성세대에겐 생소한 표현이다. 사전은 ‘교육’에 한정해 풀이했지만 사회 일반에서 두루 쓸 수 있는 용어다. 시험은 평가 도구이지만, 습득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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