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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미생, 그리고 야신 / 김양희

등록 2014-11-18 18:41

케이블 드라마 <미생>(tvN)이 화제다. 종합상사 안에서 ‘을’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감대를 불러 모은다. 윤태호 작가의 원작 웹툰은 불황을 뚫고 150만부 누적 판매를 돌파했고, 편의점 등에서도 <미생>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미생’이란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 등이 아직 살아 있지 않은 돌을 이른다.

<미생> 1화에는 기원 연습생이었던 주인공, 장그래가 프로 입단 실패 원인을 되돌아보는 장면이 나온다.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안 해서인 걸로 생각하겠다. 기재(바둑 두는 재능)가 부족하다거나 매번 반집 차 패배를 기록했다는 의견은 사양이다. 바둑과 알바를 겸한 때문도 아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자리에 누우셔서가 아니다. 그럼 너무 아프니까. 그래서 난 그냥 열심히 하지 않은 편이어야 한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뿐이다.” 주위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더 열심히 안 해서 실패한 것이라고 자신을 위로하는 장그래는, 낙하산으로 들어가 모두가 눈치를 주는 종합상사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점점 인정받기 시작한다.

한국프로야구에도 ‘미생’이 있다. 지난 5년 동안 꼴찌를 4번이나 했던, 프로 1군에 속해 있지만 반복된 실책과 대량 실점으로 1군 같지 않던 한화 이글스가 그렇다. 이런 한화를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이는 ‘야신’(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이다. 김 감독의 지휘 아래 선수들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구르고 또 구른다. 흙 묻은 선수들의 유니폼을 보면서 꼴찌를 응원하는 팬들도 많아졌다. 덩달아 내년 시즌 다른 팀들의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김성근 감독은 “스스로 한계를 만들면 지게 된다. 먼저 선을 긋지 않으면 한계도 없고 노력은 어떻게든 흔적을 남긴다”고 말한다.

<미생>과 김성근 감독이 던지는 화두는 같다. 최고의 인프라는 결국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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