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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애정 행각 / 강재형

등록 2014-11-23 18:38

프랑스 파리는 흡연에 관대했다. 실내는 금연이지만 문밖은 천지가 흡연구역이었다. 유모차 밀고 가면서, 횡단보도 건너면서, 유적지에 들어가려 줄 서 있으면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파리의 풍경이 부럽다는 이를 만났다. 어렵게 찾은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노라면 죄인 보듯이 인상 찌푸리고 손사래 치는 사람이 많은 우리 현실에 빗대어 말한 것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 없는 우리 사회’를 두고 볼멘소리 하던 그가 ‘애정 행각도 흡연처럼 단속해야 한다’며 말을 돌렸다. 공공장소의 ‘애정 행각’이 눈살 찌푸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애정 행각’은 무엇일까.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남녀 커플이 서슴없이 애정행각을 벌인 것’(ㄷ일보), ‘우리 결혼했어요, 닭살 행각의 결정판’(ㅅ일보), ‘전 검찰총장, 성추행 피소. 대담 행각’(ㅈ일보)…. 신문 기사에 등장한 ‘행각’의 쓰임이다. 인터넷 연관검색어인 ‘공공장소(공원/10대/S대/…) 애정행각’, ‘애정행각 대학생(교사/버스/경찰/…)’에서 ‘행각’은 ‘과도한 애정 행위’와 한뜻으로 쓰이고 있다.

‘행각’은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 어떤 목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님’이다.(표준국어대사전) 구걸 행각, 도피 행각, 애정 행각은 ‘행위’보다는 ‘돌아다니는(다닐 行, 다리 脚) 것’에 무게가 실린 표현이다. ‘엘리베이터, 녹화 현장, 도우미 숙소’처럼 한 장소에서 하는 행위는 ‘행각’이 아닌 것이다. ‘전국 유세 행각 이범석 씨’(ㄷ일보, 1956년), ‘친일 1호 김인승 묻힌 행각 드러나’(한겨레, 1996년)에서 보듯 옛날 기사 속 ‘행각’은 제 뜻을 담고 있다. ‘11년간 31차례 강도 행각 30대’(ㄱ신문), ‘농촌 빈집 찾아다니며 절도 행각’(ㅇ경제신문), ‘복무이탈 수배 중 절도행각 공익요원 구속’(ㄴ통신) 따위는 ‘행각’의 뜻을 제대로 쓴 뉴스의 보기다.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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