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한은 총재의 ‘고용’ 발언과 씁쓸한 현실 / 이경

등록 2014-11-25 18:45

이경 논설위원
이경 논설위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4일 시중은행장들과 금융협의회를 했다. 당시 이 총재 발언 가운데 이런 취지의 얘기가 눈길을 끈다. ‘통계청이 며칠 전 발표한 자료에는 통상적 실업률 외에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한 지표가 들어 있다. (이 기구의 권고대로) 의지가 있지만 취업을 하지 못했거나 불완전하게 취업한 사람 등을 지표에 포함한 결과 10%라는 수치가 나온 성싶다. 그게 소위 체감실업률인데, 이 수치에서 보듯 고용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경제정책의 역점을 고용에 두어야 할 것 같다. 고용은 결국 기업이 하는 것이므로 창의적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고 그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 총재의 ‘고용이 중요하며 경제정책의 역점을 고용에 두어야 할 것 같다’는 말에 나는 크게 공감한다. 고용은 기업이 하는 것이란 대목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말이다. 고용은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하며, 자영업자도 많이 있다. 아마 이 총재가 기업의 역할을 역설하다 보니 그런 듯하다.

고용과 고용정책의 중요성은 실업의 폐해를 짚어보면 잘 알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마르티아 센은 “실업은 당사자의 소득 결핍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자유와 진취성, 기량을 크게 해치는 요인이 된다. 또한 ‘사회적 배제’에 한몫을 하고 자립심과 자신감, 심리적·육체적 건강의 상실로 이끈다”고 정리했다. 고용이 최고의 복지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고용 실태는 어떤가.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달 실업률은 3.2%로 완전고용 상태나 다를 바 없지만 현실과 딴판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용지표가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라고 했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통계청의 새 고용보조지표는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런데 결과가 예상보다 충격적이다. 공식 실업자에다, 취업자이지만 일을 더 하고 싶은 사람, 여건만 되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더하니 그 비율이 10.1%나 됐다. 체감실업률이 공식실업률의 3배가 넘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올해 12.1%로 늘어났다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분석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실효성 있는 고용대책 마련에 미온적이다. 지난해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한동안 의욕을 보이더니 지금은 시들하다. 고용률 70% 달성(현재 65.7%)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공약 중 하나다. ‘로드맵’이 시간제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어서 고용률 끌어올리기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는데, 그마저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책의 무게중심이 규제완화 쪽으로 옮겨졌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고용률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겠다” “단순하게 일자리 몇 개 만들었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이 무색하게도 이제는 정규직 해고 요건의 완화를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돈다.

한은 또한 실망스럽다. 이 총재는 인사청문회 때 국회의원들이 고용의 의미를 강조하자 공감을 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한은은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등을 보면 예전보다는 덜하나 고용은 여전히 뒷전이다. 이는 한은의 주된 설립목적이 물가안정인 데에서 비롯된 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총재가 고용의 중요성을 언급한 점 등에 견줘 납득하기는 어렵다. 이 총재 발언을 계기로 한은과 정부가 고용 문제에 관심을 많이 기울였으면 좋겠다.

이경 논설위원 jae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