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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수구와 극우 / 고명섭

등록 2014-12-07 18:47

<창작과 비평> 겨울호(166호)에 기고한 백낙청 교수의 글 ‘큰 적공과 큰 전환을 위하여’에서 주목할 만한 것 가운데 하나는 수구와 극우의 구별이다. 한국 사회에서 수구와 극우는 명백히 다르다. 극우는 이념상 극단적 우파이지만, 수구는 “이념을 초월하여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골몰하는” 세력이다. 이념적 극우는 우리 사회에서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휴전선 북쪽으로 풍선을 날리는 데 사활을 건 탈북자들이나 거리에서 가스통을 들고 날뛰는 ‘참전용사’들을 극우집단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상 진정한 극우라고 할 만한 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사회의 지배지형도를 점령한 것은 이념적 극우가 아니라 탐욕적 수구다.

이 세력의 진짜 관심사는 기득권 수호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보자. 극우 이념의 신봉자라면 어떻게 해서든 작전권을 환수하려고 할 것이다. 국가정체성을 강조하는 극우세력이 군사주권의 회복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 극우세력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에 군사주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수구세력이 목소리를 높인다. 미국이 군사주권을 대신 행사하고 있으니 안심이 된다면, 그것은 기득권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차원의 안심이지, 국민적 안심과는 무관한 일이다. 백 교수는 이 수구 기득권 세력이 대다수 진정한 보수주의자까지 포섭해 거대한 수구·보수 동맹을 결성했으며 이 동맹이 분단한국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수구세력의 기득권 유지에 필요한 것이 남북 사이의 긴장과 갈등이다. 북한의 위협이 있어야 그것을 빌미로 삼아 기득권 체제를 계속 지켜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의 갈등을 적당히 조절·관리하다가 선거 국면에 긴장을 높여 표심의 보수화를 이끄는 것이 수구세력의 대북정책이다. 결국 문제는 극우가 아니라 수구다. 이 수구 기득권 지배체제를 해체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보수주의도 자랄 수 없고 분단체제의 극복도 기약할 수 없다.

고명섭 논설위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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