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찌라시’가 맞아? ‘지라시’가 맞아?

등록 2014-12-07 18:54수정 2014-12-07 20:11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표준국어대사전> 표제어는 지라시
[말글살이]

세밑을 앞두고 ‘노점상연합회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노점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서민의 친구인) 길거리 떡볶이, 오뎅을…, 아 죄송합니다….” ‘오뎅’ 대목에서 아차 싶었던 거다. “괜찮아요, 청와대에서도 ‘찌라시’ 하는 판에!” 진행자가 한마디 거든다. 청와대 공식 발표에 ‘찌라시’가 등장하고, 야당 쪽은 “‘찌라시’를 ‘공공기록물’로 인정한 것”이라며 목소리 높이는 세상에 ‘오뎅’이라 하는 게 뭔 대수이겠는가 한 것이다.

청와대 발표에 ‘찌라시’가 등장하기 전에는 ‘증권가 소식지’, ‘사설 정보지’ 등으로 쓴 뒤 ‘속칭(일명) 찌라시’라고 괄호 안에 넣는 게 일반적이었다. ‘찌라시’는 일본에서 온 말이다. 일본 사전 <고지엔>(廣辭苑)은 ‘ちらし[散らし]’의 첫 번째 뜻으로 ‘뿌리는 것’, 두 번째 뜻으로 ‘광고를 위해 배포하는 인쇄물’을 제시한다. 일제 강점기 신문을 찾아보았다. “황군위문품(皇軍慰問品)을 특선(特選)하여 이 위문품을 중심으로, 지라시, 가다로구를 작성하든지…”(ㄷ일보, 1937년 10월23일)에 ‘지라시’와 ‘가다로구(카탈로그)’가 나온다. 황군위문품의 목록(일람표, 상품안내서) 작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발행)부수’를 뜻하는 러시아어 ‘티라시’(тираж) 유래설도 있지만 발음이 비슷할 뿐 ‘찌라시’와 관계있다는 근거는 찾기 어렵다.

“선전을 위해 만든 종이쪽지. ‘낱장 광고’, ‘선전지’로 순화”로 풀이한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제어는 ‘지라시’이다. ‘チ/ち’가 첫소리일 경우 ‘지’로 쓴다는 외래어표기법을 따른 것이다. 지난 일주일 뉴스 검색 결과는 ‘찌라시’(989건)와 ‘지라시’(29건)로 차이가 크다.(네이버) 특정 매체(ㅁ경제)만 규범을 지키려 애쓴다. 외래어표기법을 좇으면 ‘잔폰’(ちゃんぽん)이지만 사전은 ‘짬뽕’을 표제어로 정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찌라시’를 인정한다. ‘잔폰’과 ‘지라시’ ─ 규범은 멀고, ‘짬뽕’과 ‘찌라시’ ─ 현실은 가깝다.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