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오키나와 대 아베의 총선거 / 이영채

등록 2014-12-07 18:56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국제사회학과 교수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국제사회학과 교수
지난달 16일 일본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서 ‘헤노코 신기지’에 반대하는 오나가 다케시(67)가 자민당 추천을 받은 현직 지사 나카이마 히로카즈(75)를 10만표 이상의 큰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그는 14년 동안 나하시 시장을 역임했고, 자민당의 유력 정치가였으며, 지난 선거에서 나카이마 지사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아베 내각에 미친 충격은 더했다.

선거 이틀 뒤인 11월18일 아베 총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를 발표했다. 예정돼 있던 소비세 10% 인상안을 연기하고 아베노믹스의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것이 해산의 명분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오키나와의 충격이 본토에까지 미치는 것을 조기 차단하고, 경기후퇴 및 지지율 저하로 조기 붕괴 조짐이 보이는 아베 내각을 재부팅하겠다는 고도의 정치전략이 엿보였다.

일본 본토의 언론은 이미 총선거로 모든 이슈가 전환되었지만, 오키나와 선거 결과가 향후 일본 및 동아시아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그 내면을 좀 더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이번 선거를 통해 ‘미군기지 없이 오키나와 경제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보수층의 논리가 더는 오키나와에서 통용되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이다. 오키나와현이 작성한 ‘21세기 비전’을 보면, 현 전체의 18%를 점유하고 있는 미군기지의 경제공헌도는 실제 6.3%에 불과하다. 일반 토지의 생산성은 1㎢에 16억엔이지만, 미군기지는 9억엔에 불과하고, 전체 면적을 추산하면 매년 1600억엔의 손해가 기지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군기지 유지에 따른 특수경제보다 기지 반환이 오히려 오키나와의 경제효과를 높인다는 것을 현민들이 확신하고 있음을 이번 선거는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이번 선거는 오키나와 현민의 80%가 기지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사실(8월 여론조사)을 무시한 나카이마 지사 및 아베 내각에 대한 심판이었다. 지난 1월 나고시장 선거에서 헤노코 신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이나미네 스스무(69)가 재선에 성공하였다. 또한 9월 통일지방선거에서 기지 이전 반대를 내세운 후보들이 나고시의원의 과반수 이상, 27개 기초자치단체 선거에서는 382명 가운데 208명이 당선됐다. 7할 이상의 지역이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내각은 나카이마 지사를 포섭해 지난해 12월 헤노코 이전을 전제로 한 일본 정부의 헤노코 해안 매립 계획을 단독으로 승인하게 만들었다. 지사의 단독권한으로 기지 이전을 결정하려는 일방적인 방식에 오키나와 내의 리버럴 보수층마저도 입지가 좁아졌다.

선거기간 중, 선전차량을 운전할 자원봉사자가 모이지 않을 정도로 나카이마 지사의 배신에 대한 현민의 분노는 컸다. 득표에 민감한 공명당과 오키나와의 경제인, 오키나와현의 자민당 본부도 현민들의 분노의 대상이 아베 내각인 것을 알고 있기에 오나가 후보에 대한 지지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를 통해 오키나와의 독립론이 강해질 것인가라는 측면이다. 오키나와에는 비타협적인 독립론을 주장하는 정치세력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오키나와 독립론보다는 오키나와의 구조적인 차별에 대항하여 ‘자기결정권’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더 강해 보인다. 1999년의 ‘류큐선주민족회의’, 2013년 ‘류큐민족독립종합연구학회’, 그리고 2014년 7월 ‘오키나와 건백서(의견서)를 실현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섬전체회의’의 설립은 미군기지 문제만이 아니라 오키나와의 정체성을 회복하여 자기결정권을 확대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오키나와에서 시작된 일본 정치의 지각변동은 아베 내각의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 돌입 전략으로 일단 본토에의 직접적인 영향은 차단된 것처럼 보인다. 전열이 정비되지 않은 채 전투에 나서는 야당은 그 화력이 지난 선거보다 더 미미해졌다고 할 수 있다. 언론은 총선거에서 아베 내각의 압승을 예상하고 있지만, 본토의 유권자들도 오키나와의 민심에 응답해야 하지 않을까. 오키나와 현민들은 묻고 있다. 언제까지 당신들의 기득권만을 영원히 추구하려고 하는가라고.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국제사회학과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